홈런왕에 무려 6번을 오르고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박병호(37·KT)가 다시 한 번 첫 우승반지에 도전한다.
박병호는 KBO리그 홈런 부문의 살아있는 역사다. 2005년 LG 1차 지명 후 올해까지 19년 동안 무려 380홈런을 쏘아 올렸고, 에이징커브가 의심되던 2022년 KT와 3년 30억 원 FA 계약 후 35홈런을 치며 통산 6번째(2012, 2013, 2014, 2015, 2019, 2022)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병호는 당시 래리 서튼 전 롯데 감독의 2005년 최고령(만 35세) 홈런왕 기록을 갈아치웠다. 두산 이승엽 감독(5회)을 넘어 역대 최다인 홈런왕 6회 수상의 새 역사도 썼다.
그러나 박병호의 수많은 홈런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히어로즈 시절이었던 2014년과 2019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삼성과 두산에 막혀 두 번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해 KT에서의 우승 도전 또한 준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좌절됐다.
37세가 된 올해는 첫 우승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 KT가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 직전 단계인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기 때문.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정규시즌을 마치며 약 3주의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플레이오프 상대 또한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체력을 소진한 4위 NC가 됐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박병호는 “3주 휴식이 큰 도움이 됐다. 현재 몸 상태는 아무 문제없으며 다리 부위도 괜찮다. 공격, 수비, 주루 모두 가능하다”라며 “물론 많이 쉬면 경기 감각이 우려되지만 기다리는 팀이라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선수들이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됐기 때문에 장점이 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NC의 무서운 기세에 대해선 경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병호는 “NC 투타 컨디션이 너무 좋아 보였다. 기다리는 팀들이 긴장감을 가질 수 있는 컨디션과 경기력을 보여줬다. TV로 보면서 많이 느꼈다”라며 “NC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오겠지만 우리 또한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라고 전했다.
‘괴물 에이스’ 에릭 페디(NC)의 1차전 선발 등판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박병호는 “페디가 어쨌든 우리랑 할 때 나오지 않겠나”라며 “1차전 선발이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페디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NC 선수들을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KT는 플레이오프 대비 청백전을 치르던 도중 핵심 전력인 강백호가 내복사근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맞이하며 우승 도전에 비상이 걸렸다. 3주 재활 소견을 받은 강백호의 포스트시즌 출전이 좌절됨에 따라 4번타자 박병호의 부담이 커졌다.
이에 대해 박병호는 “물론 가을야구는 중심타자가 터지면 쉽게 가겠지만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 강백호가 빠졌다고 나한테 승부가 집중될 것 같진 않다. 다른 선수들도 각자의 역할이 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박병호는 올해 다리를 비롯한 각종 부상 속에서도 132경기 타율 2할8푼3리 18홈런 87타점 OPS .800으로 마법사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득점권 타율이 3할4푼에 달했다. 시즌 막바지 타선 침묵으로 애를 먹은 KT는 박병호가 터져줘야 한국시리즈로 진출해 V2에 도전할 수 있다.
청백전에서 엄상백 상대로 홈런을 치며 장타력을 점검한 박병호는 “원래 내가 (엄)상백이 공을 잘 친다”라고 웃으며 “같은 팀 투수를 상대했지만 실전이라고 생각하며 타이밍을 맞추려 했다. 이제 NC 투수를 만나 좋은 결과를 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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