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내외야 멀티맨 김태연(26)은 지난달 22일 대전 키움전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한 달 먼저 마감했다. 2회 1루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왼손 중지가 베이스에 의해 꺾였다. 중수골 골절로 최소 3주 동안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허무하게 시즌 아웃이 된 순간이었다.
주전 3루수 노시환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 하루를 앞두고 당한 부상이라 더욱 아쉬웠다. 노시환이 빠진 기간 한화는 극심한 타선 침체 속에 4승9패로 추락했고, 잠시 10위로 떨어지며 4년 연속 꼴찌 공포에 시달리기도 했다. 타격 쪽에서 김태연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기간이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자주 라인업에 있던 선수가 빠지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빈자리를 실감하면서도 “잘 회복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면 된다”고 김태연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서산 재활군에서 뼈가 붙기를 기다리며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는 김태연은 “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이 베이스에 걸렸다. 이렇게 다친 건 처음이다. (노)시환이가 빠져 팀에 더 도움이 돼야 할 상황에서 부상을 당했다. 시즌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속상했다”고 아쉬워했다.
김태연은 올 시즌 91경기 타율 2할6푼1리(245타수 64안타) 4홈런 25타점 OPS .700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뒤 한 달간 조정 기간을 거쳤다. 6월초 1군 복귀 후 70경기 타율 2할8푼(192타수 54안타) 4홈런 23타점 OPS .755로 활약하며 성적을 끌어올렸다. 이 기간 200타석 이상 들어선 한화 타자 중 10명 중 노시환(.965), 채은성(.756) 다음으로 높은 OPS를 기록, 최원호 감독으로부터 ‘타격 쪽 대체 불가’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김태연은 “2군에 내려가서 전체적으로 많이 바꿨다. 공을 너무 따라가려는 경향이 컸다. 스윙에 힘이 많이 들어간 부분까지 수정했다. 거의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스윙을 바꿨다. 시즌 중 그렇게 하기 쉽지 않지만 초반에 워낙 좋지 않았다. 2군에 내려간 뒤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올 겨울 FA 타자 영입을 노리는 한화이지만 지금 타선에 1명이 더 들어온다고 획기적으로 바뀔 수준은 아니다. 노시환, 채은성, 최재훈 정도를 제외하면 ‘상수’로 계산이 딱 서는 전력이 없다. 새 외국인 타자는 늘 그렇듯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김태연이 어느 자리가 되든 타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김태연은 여러모로 쓰임새가 높다. 주 포지션은 3루수이지만 2루수, 1루수, 우익수까지 4개 포지션을 넘나든다. 지난해만 해도 외야 수비에서 불안함을 노출했지만 이제는 꽤 익숙해졌다. 그는 “내야, 외야 어디에 있든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작년에는 외야에 처음 나가다 보니 긴장도 되고, 부담도 컸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어려운 타구를 잡으려고 욕심을 내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다 보니 외야도 편해졌다”며 “팀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해야 한다. 감독님이 어느 포지션이든 제 이름을 적을 때 불안하지 않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시즌 초반에 부진하다 중후반에 만회하는 그래프를 그렸다. 순위 싸움이 중요한 시즌 초반에 헤매는 것은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좋지 않다. “2년간 계속 시즌 초반이 좋지 않았다. 경험을 한 만큼 이제는 반복하지 않고 이겨내야 한다”는 김태연은 비시즌 준비 과정부터 변화를 줄 생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