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는 투구 제한 시간을 뜻하는 피치 클락부터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등 굵직굵직한 규정 변경으로 변화에 나섰다. 평균 경기 시간이 전년 대비 24분 단축된 가운데 타율, 득점, 도루 등 인플레이가 늘면서 보다 박진감 넘치는 야구가 펼쳐졌다. 전년 대비 9.5% 관중 증가로 흥행 효과를 봤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또 하나 파격적인 규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26인 로스터에서 투수는 최대 13명까지 등록 가능한데 여기서 1명을 더 줄여 12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꺼낸 것이다. 아직까지 확정은 아니지만 만프레드 커미셔너의 추진력이라면 머지않아 시행될 수 있다.
‘디애슬레틱’은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만프레드 커미셔너가 투수 숫자를 최대 12명으로 줄이는 데 열려있다’며 ‘예전에는 선발투수의 몸값이 높았다. 하지만 구속이 야구를 지배하고, 선발은 더 많은 힘을 쓰면서 투구 이닝이 줄고 있다. 밤마다 선발투수를 지켜보는 재미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월드시리즈 1차전이 열린 텍사스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취재진을 만난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현재 투구 방식으로 인해 일부 선발투수들의 스타성이 떨어졌다. 우리가 이야기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늘 투수 매치업이 뭐야?’에서 ‘오늘 선발이 누구야?’라고 바뀐 게 긍정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투수 13명 제한만으로는 선발투수에게 많은 것을 이끌어내기 부족하다.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했다. 12명, 그보다 적은 숫자도 생각한다”고 밝혔다.
빠르면 2025년 시행 가능성을 본 디애슬레틱은 ‘투수가 적어지면 이론적으로 팀과 투수 모두 공을 던질 때마다 더 신중해야 한다. 선수 개인별로 더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며 지금보다 로스터 이동이나 새로운 투수 영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봤다.
메이저리그는 선발투수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갈수록 투수 분업화가 세분화되고, 세이버메트릭스 발달로 상식을 깬 다양한 전략이 나오면서 불펜의 비중이 커졌다. 2010년대 후반부터 스몰 마켓팀들을 중심으로 구원투수가 선발로 1~2이닝 짧게 던지는 오프너, 4~5선발급 투수 2명을 ‘1+1’으로 붙여쓰는 탠덤 전략이 등장했다. 투수가 없는 팀이나 하던 불펜데이도 흔히 보는 시대다.
투수 보호,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긴 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0이닝 이상 던진 투수가 10년 전인 2013년에만 해도 36명이나 있었지만 올해는 5명에 불과하다. 선발투수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주목도가 떨어졌고, 투수 쪽에서 새로운 전국구 스타가 좀처럼 탄생하지 않고 있다. 리그 흥행을 생각하면 젊고 스타성 있는 선발 에이스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아울러 투수 교체 횟수가 줄어 경기 시간을 조금 더 단축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