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1일. 롯데는 사직 NC전에서 5-10으로 패하며 개막 후 7연패의 늪에 빠졌다.
4번 타자로 나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이대호는 경기 후 야구장을 나서는 길에 등에 치킨 박스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성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어린이 팬들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벌어진 사건이었다. 이대호가 할 수 있는 건 뒤를 힐끗 돌아보는 것뿐이었다.
이대호는 이른바 치킨 테러 사건이 발생한 뒤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드러냈다. “진심은 아니라도 생각한다. 자기 일처럼 롯데를 안타까워하는 분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이대호는 “사실 저도 그때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팬들보다 제가 훨씬 더 힘들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팬들의 마음도 이해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저보다 가족들이 더 상처를 받는다. 가족들에게 더 미안해지게 된다. 그 사건 이후 아내가 너무 많이 울었다. 가족들이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저뿐만 아니라 보고 계신 팬들도 화가 많이 나실 거다. 만약 제 아이가 커서 그런 장면을 봤다면 얼마나 상처를 받겠는가”라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어느덧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대호는 당시 치킨 박스를 던진 팬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쿨하게 사과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이대호는 28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대호 [RE:DAEHO]'를 통해 “많은 분들께서 치킨 던지신 분을 잡으셨나고 물어보시더라. (치킨 상자를 던진 팬께서) 이 유튜브를 보시고 좀 마음에 찔려 있을 거 아닌가. 오시면 제가 식사 대접 한 번 하겠다. 그러면서 이때까지 응어리 있던 마음을 푸시고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해주시면 제가 쿨하게 밥 사드리겠다. 보시고 꼭 연락달라”고 했다.
한편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01년 롯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대호는 KBO 통산 1971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9리(7118타수 2199안타) 374홈런 1425타점 972득점 11도루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은퇴를 예고한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푼1리(540타수 179안타) 23홈런 101타점 53득점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아쉽게도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개인 성적만큼은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지표였다.
이대호는 개인 통산 7차례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2006, 2007, 2011, 2017년 최고의 1루수로 선정됐고 2010년 3루수 부문 황금 장갑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2018년과 지난해 지명타자 부문 골든 글러브를 받았다.
현역 은퇴 후 JTBC 인기 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