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0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리틀 이정후’로 각광을 받고 시작한 데뷔 시즌. 롯데 자이언츠 김민석(19)은 구단 역사 최초의 신인이 됐다. 롯데 구단 첫 고졸 신인 100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올해 129경기 타율 2할5푼5리(400타수 102안타) 3홈런 39타점 53득점 16도루 OPS .652의 기록을 남겼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꾸고 풀타임 시즌을 뛰었다. 프로 무대에 적응하기도 힘든 신인 시즌이 체력적인 부담까지 이겨내고 풀타임 시즌을 완주했다.
재능을 확인하고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한계도 절감했다.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데뷔 시즌이지만 그는 “100점 만점에 40점 수준”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60점을 채우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체력 이슈를 빼놓을 수 없다. 질롱코리아 파견부터 지금 마무리캠프까지 약 1년 가까이 야구를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여름에 더우니까 마음대로 잘 안됐다. 확실히 체력적으로는 시즌이 많이 길다고 느껴졌다. 체지방이 많이 없다 보니까 근육이 많이 빠졌다. 그래서 타율도 떨어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올해 삼진을 많이 당했다.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1년 동안 하나의 타격폼으로 치를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컨디션도 다르고 투수들 타이밍도 다르기 때문에 2가지 폼 이상을 만들어놔야 슬럼프도 줄어들 것 같다”라고 전했다. 컨택 능력이 김민석의 자랑이었지만 31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112개의 삼진을 당했다.
외야 전향 첫 해에는 어쩔 수 없이 시행착오를 겪었다. 타구 판단과 수비 범위는 점점 나아졌지만 송구 약점이 도드라졌다. 시즌 중반부터 상대 팀들은 김민석이 중견수에서 보여준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상대 주자들은 김민석 방향으로 타구가 향하면 프리패스로 뛰기 시작했다.
김민석은 “지금은 그저 뜬공을 잡는 사람이다”라면서 외야수비에 대해 혹평을 내렸다. 이어 자신이 공을 잡을 때 상대 팀들의 공격적인 주루를 펼치는 점에 대해 “처음엔 의식 못했는데 상대방이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그런 게 보였다. 솔직히 자존심 상했다”라며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올해보다 보완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40점을 준 이유는 “2군에 한 번 도 내려가지 않았던 게 가장 좋았고 도루에 점수를 좀 주고 싶다. 발이 빠르지 않은데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실패보다 성공이 더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부임한 ‘호랑이’ 김태형 감독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한다고,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스스로 느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제 막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신예 선수들을 향해서도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김 감독은 “이제 막 1군에서 뛰기 시작해서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갖고 있는 것 같다. 두산 감독 시절부터 계속 당부했던 게 내년에 올해보다 더 잘할 것 같다라는 건 완전한 착각이다.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웨이트가 아니라 야구로 몸을 만들어와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민석도 김태형 감독의 강한 경고를 받아들였고 부단히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들었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시기 전부터 형들이나 선배님들, 코치님들이 항상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내년이 되면 전광판의 숫자는 모두 0으로 다시 시작하지 않나”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할 것이라고는 생각은 안하고 있다. 그래도 더 잘하고 싶기 때문에 앞으로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두린이’ 김민석에게 김태형 감독과의 조우는 신기한 경험이다. 현재 김민석은 회복조에 포함되어 있고 다음 훈련 턴부터 김태형 감독과 본격적인 훈련을 할 예정이다. 상견례 자리에서 악수를 한 것말고는 아직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그는 “제가 두산 정수빈 선배님 팬이었는데, 그때 두산에서 우승하신 감독님이셨다. 이렇게 만날 것이라고 생각은 못했다”라며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감독님이다. 저나 형들이나 선배님 모두 열심히 잘해야 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해설위원을 맡으면서도 김민석을 보며 흐뭇해 했고 “배트 컨트롤은 정말 좋다”라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민석은 자신을 다시 제로 베이스 위로 돌려놓았다. 호랑이 감독의 경고 메시지도 되새기면서 한계치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