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후계자로 주목받으며 KIA 1차 지명을 받은 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다. 김기훈(23·KIA)은 호주로 향해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고쳐올 수 있을까.
KIA 타이거즈는 27일 “호주프로야구리그 ABL의 캔버라 캐벌리 구단으로 선수단을 파견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부터 ABL에 질롱 코리아 파견이 무산됨에 따라 KIA는 겨울에 유망주를 육성할 대안을 모색했고, 심재학 단장이 지난달 캔버라 캐벌리 구단주를 만나 선수단 파견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투수 곽도규, 김기훈, 김현수, 홍원빈, 내야수 박민 등 총 5명이 캔버라 유니폼을 입고 호주 무대를 밟게 됐다. 이들은 내달 17일 열리는 ABL 개막전을 시작으로 시즌이 끝나는 내년 1월 21일까지 총 40경기를 소화한 뒤 KIA로 복귀할 예정이다.
5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김기훈이다. 가장 인지도가 높지만 그만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후배 및 동기들과 함께 호주로 향하게 됐다.
KIA에는 2021년 신인왕을 차지한 이의리 이전에 제2의 양현종으로 주목받았던 유망주가 1명 더 있었다. 그 역시 이의리와 마찬가지로 1차 지명을 받은 좌완투수였고, 롤모델로 광주동성고 선배 양현종을 언급하며 지명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스토리의 주인공은 광주동성고를 나와 2019 KIA 1차 지명된 김기훈. 그러나 기대와 달리 데뷔 첫해와 이듬해 고전을 면치 못하며 일찌감치 군에 입대하는 결단을 내렸다.
김기훈의 고질적인 문제는 제구 난조. 남다른 직구 구위를 갖고도 불안정한 커맨드로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풀카운트 승부가 잦았다. 이로 인해 데뷔 첫해 19경기 3승 6패 평균자채점 5.56의 쓴맛을 봤고, 이듬해에도 22경기 승리 없이 4패 1홀드 평균자책점 5.37로 날개를 펴지 못했다. 김기훈은 결국 2021년 3월 상무로 입대해 병역을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김기훈은 상무 입대를 전환점으로 삼는 듯 했다. 첫해인 2021년 13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4.15를 거쳐 2022년 16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2.95의 안정감을 뽐냈다. “군에서 밸런스를 어느 정도 잡았다”라는 김기훈은 지난해 85⅓이닝 동안 삼진을 94개나 잡은 반면 볼넷은 31개에 그쳤다.
김기훈은 작년 9월 전역 후 곧바로 1군 무대로 복귀해 5경기 평균자책점 1.04로 호투했다. 그러나 제대 첫 풀타임 시즌인 올해 다시 1군과 2군을 오가며 29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4.60을 남기는 데 그쳤다. 개막 엔트리 합류 이후 점차 2군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프로 5년차 시즌이 용두사미로 끝났다.
심재학 단장은 “군 복무로 인해 실전 경험이 필요한 선수와 1군 무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실전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이번 파견을 결정했다”라며 “우리 선수들이 수준 높은 외국인선수들을 상대로 기량 향상을 이끌어내길 기대한다”라고 5명을 향한 기대치를 드러냈다.
호주로 향하는 선수들 가운데 1차 지명은 김기훈이 유일하다. 데뷔 첫해부터 제2의 양현종이라는 별명이 붙은 선수도 김기훈이 유일하다. 김기훈이 호주를 반드시 약속의 땅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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