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힘찬 닻을 올린 두산 이승엽호 코칭스태프가 불과 1년 만에 해체됐다. 그것도 코치 1~2명의 이탈이 아닌 1군과 2군을 통틀어 5명이 팀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두산 베어스 관계자는 지난 26일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2023시즌을 함께한 코치 5명의 타 팀 이적이 확정됐다”라고 밝혔다.
두산을 떠나게 된 코치는 김주찬 1군 타격보조코치, 고영민 1군 주루코치, 정재훈 2군 투수코치, 김우석 2군 작전/수비코치, 유재신 2군 작전/주루 코치다. 김주찬, 고영민, 유재신 코치는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이 부임한 롯데 자이언츠, 정재훈 코치는 KIA 타이거즈, 김우석 코치는 한화 이글스 이적이 각각 확정됐다. 1군 코치 2명, 2군 코치 3명이 한꺼번에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두산은 9위로 처진 팀을 일으킬 감독으로 이승엽 KBO 총재특보를 선임했다. 왕조를 이끈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지도자 경험이 없는 이승엽 특보에게 3년 총액 18억 원과 함께 지휘봉을 맡기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두산은 이 감독 선임과 함께 초보 사령탑을 도울 코치진 구성에 만전을 기했다. 이 감독이 2017년 은퇴 후 5년 동안 야구계를 떠나지 않았지만 지도자 경험을 하지 못했기에 풍부한 현장 경력을 보유한 코치들을 대거 합류시켰다.
그 결과 삼성 감독을 역임한 김한수 코치를 비롯해 고토 고지, 세리자와 유지, 조성환, 박정배, 정수성, 이영수 등 초호화 코치 군단이 구축됐다. 그리고 기존의 정재훈, 김주찬, 고영민 코치도 팀에 남아 이승엽호를 돕기로 결정했다. 정재훈 코치의 경우 호주 스프링캠프서 지금의 두산 마운드의 밑그림을 그린 장본인이었다.
두산은 지난해 창단 첫 9위 수모를 씻고 5위에 오르며 2년 만에 가을야구 복귀에 성공했다. 비록 시즌 막바지 3위 싸움을 하다가 5위로 떨어졌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NC에 9-14 역전패를 당해 가을야구가 종료됐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하며 2년차 시즌 전망을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지도자 첫해를 맞아 본인의 의견보다 코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돈독한 이승엽호 또한 매년 상위권 팀이 겪는 코칭스태프 해체를 피할 수 없었다. 가장 큰 변수는 2022년까지 두산을 8년 동안 이끈 김태형 전 감독의 롯데 사령탑 부임이었다. 과거 김태형 감독 아래서 코치 생활을 한 김주찬, 고영민, 유재신 코치가 롯데로 향하게 된 것. 1군 코치를 맡다가 2군으로 강등된 정재훈 코치는 KIA의 러브콜을 받았고, LG에서 두산으로 온 김우석 코치는 1년 만에 베어스와의 동행이 종료됐다.
김주찬, 유재신 코치는 모두 롯데와 인연이 깊은 코치다. 김주찬 코치는 2년차였던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 간판타자로 활약하며 KIA와의 50억 원 FA 계약에 골인했다. 유재신 코치는 현역 시절 롯데에서 뛴 적이 없지만 대신 부친인 故 유두열 코치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로 선정됐다.
두산 원클럽맨인 고영민 코치는 은퇴 후 KT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19년 친정 두산으로 돌아왔지만 롯데로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정재훈 코치 또한 현역과 지도자 시절을 통틀어 KIA는 처음이다. 정 코치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KIA 마무리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
한편 오는 30일부터 이천 마무리캠프를 시작하는 두산은 빠른 시일 내에 다섯 자리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현재 코칭스태프의 조각을 맞추고 있다. 심사숙고를 거쳐 5명의 코치를 새롭게 인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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