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패배는 (마음이) 아프네요.”
SSG 랜더스 추신수(41)는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와 3차전이 끝나고 바로 야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발걸음이 가벼울 수 없었다. SSG는 NC 상대로 1차전부터 3차전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하고 가을 무대에서 내려왔다. 1차전에서 3-4, 2차전에서 3-7, 3차전에서 6-7로 패했다.
추신수는 “역시 패배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후배들을 위해서다. 추신수는 “(마음이) 아플 수는 있지만, 성공한 선수와 팀은 그 아픔을 한 순간으로 잊지 않아야 한다. 깊이 새겨서 그런 상황에 다시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후배들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아픈 마음을 갖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라고 했다”면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선수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 고맙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지난 2021년부터 KBO리그에서 뛰었다. 부산고를 졸업 후 지난 2001년 미국에 진출한 추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신시네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 등을 거치며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165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5리,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를 기록하는 등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볐다.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 3할-20홈런-20도루(2009년), 아시아 출신 타자 최초 사이클링 히트(2015년)를 기록했으며, 호타준족의 잣대로 평가 받는 20홈런-20도루는 통산 3차례나 달성했다.
2018년에는 생애 첫 올스타에 뽑혔고, 현재 아시아 출신 타자 최다 홈런(218개)과 최다 타점(782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가 16시즌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KBO리그에 입성했다.
일거수일투족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 시즌에는 KBO 최초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올라 ‘통합 챔피언’의 주역이 됐다. KBO리그 3시즌 동안 361경기에서 타율 2할6푼 49홈런 168타점을 기록했다.
나이가 있어 전성기만큼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지만 후배들이 많이 따랐다. 자신이 오래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해줬다. 추신수는 KBO리그 첫 시즌, 두 번째 시즌 27억 원을 받고 뛰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17억 원에 재계약했다.
야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면서 선수단에서 정신적인 기동 노릇을 했다. 기부도 많이 했다. 선수들과부산고 모교 후배들 위해 아낌없이 나눴다. 또 야구장 직원들, 인천 지역 팬들을 위해 기부를 꾸준이 이어 갔다. 취약계층 군인들에게도 기부를 했다. 꾸준한 선행으로 지난 9월 11일까지 추신수는 총 22억 7500만 원을 기부했다.
그런 그도 끝을 보고 있다. 사실 적지 않은 나이다. KBO리그 첫 시즌이 끝난 후 그는 “안타가 나왔는데, 2루에서 홈까지 달리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은퇴할 것이다”고 말한 적도 있다.
예전같은 주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은퇴하기에는 추신수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고민을 하고 있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한 평생 야구만 해온 그가 가족, 구단과 상의를 하려고 한다.
추신수는 “지난 3시즌 동안 내가 원하는 성적을 내보지 못했다. 그래도 좋은 동생들을 팀 동료로 만나 너무 기분이 좋다. 또 내가 원했던 KBO리그에서 야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얻은 게 많은 3년이었다. 우승도 해봤다. 앞으로는 우리 동생들 많이 도와달라. 그 동생들 덕분에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김강민에게도 남일이 아니다. 지난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좌완 김태훈의 은퇴식에서 김강민은 “내가 여기에서 태훈이의 은퇴식을 보는 상황이 됐다.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1982년생 두 선수 모두 향후 행보에 결정한 일은 아직 없다. 고민 중이다. 그들의 2023년 시즌도 이제 막 끝났다. 과연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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