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NC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무패로 통과하며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나흘의 휴식을 갖게 됐다. 플레이오프를 넘어 한국시리즈 LG 타도를 외친 KT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짜릿한 7-6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정규시즌 4위에 올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5위 두산을 14-9로 꺾은 NC는 3위 SSG마저 3경기 만에 제압하며 손쉽게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규시즌 4위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2016년 LG, 2017년 NC, 2018년 넥센, 2021년 두산에 이은 역대 5번째다.
가장 당황스러운 팀은 2위 KT다. 지난 10일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정규시즌을 마친 뒤 여유롭게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던 도중 4위의 파죽지세라는 새로운 변수를 맞이했다. NC가 포스트시즌 4경기를 경험한 상태서 4일이라는 꿀맛 같은 휴식을 부여받으며 실전 감각, 체력 모두 NC에 완전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됐다.
KT는 올 시즌 NC(10승 6패), SSG(10승 1무 5패)와 상대 전적에서 모두 앞섰다. 그러나 SSG보다는 NC가 다소 껄끄러웠던 게 사실이었다. 올 시즌 20승-209탈삼진으로 KBO리그를 평정한 에릭 페디를 비롯해 타선까지 박건우, 박민우, 손아섭 등 국가대표 타자들이 즐비하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가을야구를 통해 서호철, 김형준 등 신예들까지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
아울러 NC는 페디 없이 신민혁, 송명기, 태너 털리로 포스트시즌 4승을 해냈다. 태너는 2경기 연속 흔들렸지만 신민혁, 송명기가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뽐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시즌 막바지 타구에 맞아 부상을 입은 페디가 충분한 회복을 통해 플레이오프 1차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전날 NC 강인권 감독은 “원래 4차전 선발을 준비했는데 변수가 없으면 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물론 희망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페디의 올해 KT 상대 전적은 3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2.65. KT가 9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2패를 안겼다. 4월 13일 창원에서 대체 선발 조이현의 깜짝 호투로 페디가 KBO리그 첫 패전을 맛보게 했고, 8월 13일 수원에서는 페디 상대 5이닝 동안 3점을 뽑으며 4-0 완승을 거뒀다.
또한 페디는 16일 광주 KIA전 이후 13일 쉬고 30일 1차전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약 2주 동안의 실전 공백을 무시할 수 없다. 강 감독은 “감각적으로 떨어질 것 같지만 시간이 있으니 불펜피칭을 한 번 더 하면서 1이닝 정도 던지면 감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바라봤다.
KT는 지난 14일부터 수원KT위즈파크에서 착실히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3일 첫 자체 청백전으로 실전 감각을 점검했고, 26일 두 번째 청백전, 28일과 29일 훈련을 거쳐 30일 5전 3선승제의 시리즈에 돌입한다.
KT의 가장 큰 강점은 10개 구단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선발진이다. 시즌 막바지 부상을 당한 선발 투수들이 모두 제 컨디션을 회복하며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 배제성의 탄탄한 로테이션이 구축됐다. 4선발을 가동한다면 나머지 1명은 든든한 롱릴리프가 될 수 있다. KT는 올해 선발승으로만 57승(전체 1위)을 거둔 선발의 팀이다.
KT 이강철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NC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공수에 걸쳐 짜임새가 있는 팀이기 때문에 우리도 방심하지 않고 준비한대로 경기에 임하겠다”라며 “정규시즌 위기도 있었지만 선수단 모두가 ‘원팀’으로 뭉쳐서 극복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정규시즌 동안 보여준 경기력과 끈끈함을 플레이오프에서도 보여드리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2년 전처럼 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최고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창단 두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을 약속했다.
KT의 올 시즌 최종 목표는 LG를 꺾고 창단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것이다.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지금 머릿속에는 LG를 무찌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라고 말했고, 베테랑 황재균도 "우리는 머릿속에 우승밖에 없다.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서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1차 관문인 NC를 넘어서야 한다. 포스트시즌 4연승을 거둔 파죽지세의 팀이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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