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는 ‘이대호 후계자’라고 불리면서 롯데의 간판 타자가 되어주길 바랐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지난해 은퇴한 이대호의 빈 자리를 비로소 채워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대호가 은퇴하고 치른 첫 시즌. 한동희는 이대호가 되지 못했다.
한동희는 올해 108경기 타율 2할2푼3리(319타수 71안타) 5홈런 32타점 OPS .583의 성적에 그쳤다. 데뷔 이후 거의 최악의 성적이었다. 한동희의 부진으로 롯데 타선은 전준우 안치홍에 의존하는 타선이 됐다. 결국 시즌 후반기에는 선발에서 제외되면서 입지마저 위태로워졌다.
김태형 롯데 신임 감독은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동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5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상견례 자리에서도 김 감독은 한동희에게 사랑의 손길을 건넸다. 60여 명의 선수단이 악수를 하고 지나갔지만 김태형 감독의 볼터치를 받은 선수는 한동희가 유일했다.
김태형 감독은 “본인도 마음고생이 심했겠지만 이제 올해보다는 더 잘하지 않겠나”라면서 “아무리 못해도 올해보다는 잘하겠지라는 마인드로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라면서 한동희의 부활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취재진과 만난 한동희는 “감독님께서 볼을 만지셔서 깜짝 놀랐다. 더 잘하라고 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잘 하시는 감독님이시니까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저도 더 많이 배우고 강해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면서 김태형 감독과의 첫 만남을 되돌아봤다.
이어 “항상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을 많이 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부족했던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이제 진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을 되돌아 보며 한동희는 “정말 올해는 많이 힘들었고 올해보다는 이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많은 것을 배운 시즌이었다. 그래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올해 이렇게 결과가 안 좋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배운 게 분명히 많기 때문에 내년에는 슬럼프를 빨리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형 감독의 말처럼 한동희는 2023년 마음고생의 해였다. 부진했고 비판도 많이 받았다. 김태형 감독도 이런 한동희를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현역 시절 한동희를 누구보다 아꼈던 이대호, 태평양 건너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강정호까지 한동희의 부활을위해 구원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이대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RE:DAEHO’를 통해서 “(한)동희는 진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 탁 올라가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 안 되니까 더 안 되는 것 같다. 경기에 들어갔다 빠졌다 하면서 자신감이 더 떨어진 것 같다”라고 부진을 진단하기도 했다.
이어 “동희 같은 애들은 자신감이 안 올라오면 아무것도 안 된다. 자신감이 좋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도 겨울에 시간이 있으니까 시즌이 끝난 뒤에 동희를 내가 진짜 바꿔놔야 할 것 같다. 동희는 내가 키워줄 것이다. 만나서 멘탈적인 부분을 많이 잡아줘야 할 것 같다”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강정호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올 시즌이 끝나면 제가 한동희 선수를 같이 지도해보고 싶다. 내년 시즌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개인적으로 한동희 선수가 와서 훈련을 하고 지도를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지난 겨울 손아섭의 부활을 이끈 강정호 스쿨이 한동희에게도 영향을 끼칠 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한동희는 대선배인 이대호가 내민 구원의 손길을 붙잡았다. 그는 “아직 결정이 된 것은 없지만, 그래도 함께 해야 한다면 (이)대호 선배님과 같이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대호 선배님이 먼저 올 겨울에 같이 운동하자고 했다. 또 시간이 되면 해외에서도 한 달 동안 나가서 같이 하고 아니면 부산에서라도 하자고 제안을 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이제 방송인이시다”라고 웃으면서 “그래도 스케줄도 많고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면서 “대호 선배님이 항상 잘 챙겨주시는데 선배님이 은퇴하시고 더 잘했어야 했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왜 이대호가 내민 손길을 붙잡았을까. 그는 “저에 대해서 더 잘 아시고 스타일도 비슷하다. 원래 현역으로 활동하실 때도 많이 가르쳐주셨다. 그래서 대호 선배님 쪽을 따라가게 될 것 같다”라고 설명하면서 이대호와 함께할 겨울의 합동 훈련을 기대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