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을 하는 선수들 자체가 부럽다."
롯데 자이언츠 최고참 전준우(38)는 올해 역시 가을야구 구경꾼이 됐다. 롯데는 올해 정규시즌 7위에 머물며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2017년 이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가을야구의 긴장감과 짜릿함을 느껴본지 너무 오래됐다. 가을야구,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롯데는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4일 취임식을 갖고 롯데 감독으로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선수단 대표로 예비 FA 선수들인 전준우와 안치홍, 투수조의 구승민 김원중이 참석했다.
롯데 최고참이자 부산에 터전을 잡고 살고 있는 전준우는 취임식 전 김태형 감독과 잠깐의 티타임을 가졌던 "부산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실 것이기 때문에 돌아다니실 때 조심하셔야 한다"라고 웃으면서 부산 생활의 조언을 건넸다.
김태형 감독도 “부산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선수 시절에도 롯데 선수들과 각별하게 지냈다. 부산에 오면 바닷가도 있어서 들떴다. 하지만 부산은 조금만 움직이면 ‘어디서 봤다’라고 글이 올라오는 동네다. 워낙 팬들이 열정적이라 다른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런 전준우의 활약상, 그리고 선수단 내에서의 존재감을 알고 있는 김태형 감독은 전준우, 그리고 안치홍에게 모두 잔류를 요청했다. 다만 전준우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하는만큼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전준우는 2019년 시즌이 끝나고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당시 시장의 차가운 관심 속에서 저평가를 받았고 4년 34억 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금액에 롯데에 잔류했다. 롯데 잔류 의지가 있었지만 계약 규모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했다. 올해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만큼 전준우는 지난 겨울 식단 관리를 비롯해 몸 관리를 철저히 했고 결국 다시 한 번 건재함을 과시했다. 올해 전준우는 138경기 타율 3할1푼2리(493타수 154안타) 17홈런 77타점 80득점 OPS .852의 성적을 남겼다. 최고참이지만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생산력을 과시하며 롯데 최고 타자라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FA 계약을 앞두게 되면 기대가 되는 건 당연하다. 일단은 순리대로 기다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7년 이후 6년 동안 가을야구에 가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데려온 것도 가을야구, 나아가 우승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김태형 감독은 “우승이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이 힘을 합치면 가능하다. 나도 신인 감독 때 겁 없이 우승이 목표라고 말씀을 드렸다. 이 자리에서도 우승이라고 말씀을 드리겠다”라며 “선수들도 그렇게 목표를 잡고 각오하기를 바란다. 감독이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 뭐가 있나. 첫째 목표는 포스트시즌이고 그 다음은 우승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특히 2년 전까지 한솥밥을 먹다가 NC로 이적해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활약 중인 손아섭(35)을 보면 부러움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전준우는 “손아섭이 나오니까 본다. 매일 연락하고 있고 잘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어 “가을야구를 너무 안해봤다”라면서 “플레이오프에 가면 또 KT에 황재균 선수가 있다. 제가 좋아하는 동생들 2명이 붙으니까 수원이든 창원이든 한 번 한 번 보러 가기로 했다. 재밌을 것 같다”라고 했다.
말 속에는 내심 부러움, 그리고 가을야구와 우승에 대한 갈증이 모두 엿보였다. 김태형 감독이라는 존재가 FA 계약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만한 요소. 가을야구와 우승을 원하는 롯데, 그리고 전준우다. 과연 김태형 감독으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김태형 감독의 존재는 FA 계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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