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KBO 총재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FA 뒷돈 거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나아가 내년부터 리그에 도입되는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자동 볼 판정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했다.
허구연 총재는 24일 오후 서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한국체육산업개발(주), 스포츠 윤리센터 등 6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허 총재는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핵심 사안은 FA 뒷돈 거래 의혹이었다. KBO리그는 지난 3월 장정석 전 KIA 단장이 FA 협상 과정에서 박동원(LG)에게 수차례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박동원은 자신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장 전 단장의 녹취록을 KIA 구단과 선수협에 제보했다. 장정석 전 단장은 파문이 드런난 뒤 해임됐다.
이런 일이 장 전 단장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날(23일)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구단이 제출해 KBO가 보관하고 있는 FA 계약에서는 KBO가 매년 발표하는 야구 연감의 내용과 서로 다른 계약서가 다수 발견됐다. 많게는 14억원, 적게는 5000만원까지 총액과 옵션에서 발표된 내용과 계약 내용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구단의 핵심 관계자가 KBO에 제출하는 FA 계약서를 의도적으로 위조하거나 변조하고, 이를 뒷받침하듯 KBO는 허위로 작성된 계약서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며 “프로야구 뒷돈 거래는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중대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과거 SK(현 SSG)와 FA 계약한 은퇴 선수의 피해 사실 제보도 받았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허 총재에게 이와 관련한 질의를 했다. 허 총재는 “연감에 나와 있는 FA 계약은 언론에 보도된 자료로 만든다. KBO에 제출된 것과 상이한 게 있는데 앞으로 조금 더 살펴보고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2018년까진 선수와 구단이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를 KBO에 제출하면 공시를 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통일 계약서, 흔히 말하는 이면 계약도 다 기재를 하기로 했다”고 말하는 중에 유 의원이 다음 질문을 하면서 답을 다하지 못했다.
KBO는 지난 2018년 6월 히어로즈 뒷돈 트레이드 사건이 터지면서 관련 규정을 손봤다. 2009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23건 중 12건이 현금 축소 및 미신고로 드러나면서 리그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를 계기로 KBO는 모든 계약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야구규약과 각종 계약서에 이면 계약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시했다. 야구규약 제39조 [이면계약의 금지]에 따르면 이를 위반한 날을 기준으로 차기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박탈하고,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하며 위반한 선수에게도 1년간 참가활동정지 제재가 부과된다.
유 의원이 “일부 핵심 관계자가 허위로 작성해서 제출한 것을 KBO가 부실하게 검토해 구단이 악용했다면 큰 사건일 것이다”며 전수조사를 요구하자 허 총재는 “뒷돈 거래가 있었다면 중대한 범죄가 된다”면서도 “오래된 사건을 조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을 알아봤는데 뒷돈 거래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관련된 자료를 제공해주시면 다시 확인하겠다. 구단이 보유한 계약서를 다 제출하려고 명할 수 있는 권한이 총재에게 있는지 검토해보겠다. 수사권이 없어 당장 답변을 드릴 수 없지만 검토를 한번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 시스템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KBO는 지난 19일 제4하 이사회를 통해 내년부터 ABS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아직 시작하지 않은 로봇 심판을 KBO가 파격적으로 가장 먼저 도입하고 나선 것이다. KBO는 2020년부터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ABS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볼 판정의 정교함과 일관성 유지, 판정 결과가 심판에게 전달되는 시간 단축 등의 성과를 거뒀다. 매년 볼 판정 논란으로 끊이지 않은 KBO리그의 공정성, 신뢰성을 높이는 혁신적 변화가 기대된다.
허 총재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ABS는 볼 판정에 편차를 없애 양 팀 모두 똑같은 판정을 받도록 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홈플레이트 도입부부터 마지막까지 다 통과해야 스트라이크가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팬들의 가장 큰 원성이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시도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헌 문체위원장은 “저도 적극적으로 찬성하다. 팬들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려는 노력을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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