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레벨이 다르다.”
포수 출신 사령탑도,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 모두 칭찬 일색이다.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차원이 다른 재목이라는 것을 재확인 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안방마님 김형준(24)이 NC의 2023년 가을야구를 이끌고 있다.
김형준은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 모두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다. NC는 박세혁(34)이라는 베테랑 주전 포수가 있다. 2019년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끈 바 있고 또 포스트시즌 통산 36경기를 소화했다. 단기전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험을 갖춘 박세혁이었기에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기대할 수 있었다. 다만 8월부터 이어진 손목 건염 부상의 여파로 정규시즌 막판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다른 마땅한 포수가 없었다면 박세혁의 공백이 걱정일 수 있었다. 그러나 NC는 걱정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경험은 ‘제로’였지만 그에 버금가는 국제대회를 치르고 온 김형준이 있었다. 김형준은 9월 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의 4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이끈 주전 포수였다. 역대 최약체라고 불린 대표팀이었기에 우려와 걱정이 컸지만 이들은 이끌고 금메달을 이끈 경험은 포스트시즌 못지 않은 자산이었다.
경험의 결과와 증거는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드러났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홈런포 2방 을 때려내며 4탄점을 쓸어담는 등 장타력을 과시했다.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선발 매치업의 불리함을 딛고 기적의 승리를 이끌었다. NC는 신민혁이 선발 투수였고 SSG는 외국인 에이스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등판했다. 타선은 엘리아스의 역투에 꽁꽁 틀어막혔지만 신민혁도 엘리아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김형준은 신민혁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서 정타를 최소화 시켰다. 결국 8회 김성욱의 대타 결승포에 힘입어 4-3 신승을 거뒀다.
2차전에 김형준은 다시 방망이를 가동했다. 김형준은 4-3의 살얼음 리드를 안고 있었던 8회초, 완벽하게 제압 당했던 문승원을 상대로 좌중월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달아나는 천금의 점수를 뽑았고 7-3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홈플레이트에서도 존재감이 빛났다. 송명기 최성영 이재학의 토종 선발진 3명의 5⅔이닝 3실점 합작투를 주도했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던 최성영은 “(김)형준이가 어린 나이에 비해 생각보다 형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라며 “용찬이 형이나 다른 형들도 형준이한테 많이 물어보고 피드백을 많이 해준다”라면서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포수라소 설명했다.
포수 조련사 강인권 감독은 김형준의 눈에 띄는 성장세에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큰 경기를 통해서 타자를 읽는 눈이 조금은 높아진 것 같다. 경기 전체적으로 타자의 성향에 따라서 볼배합 하는 부분을 볼 수 있다. 아시안게임 다녀오면서 눈을 뜬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리그 최고의 포수인 양의지(두산)와 함께하면서 ‘양의지 후계자’라고 불린 김형준이었다. 양의지가 팀을 떠나고 그늘을 벗어나자 김형준은 잠재력을 만개했다. 박건우의 말을 빌리면 “양의지 선수가 ‘형준이 하는 것 봐라. 남다른 선수다라고 한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자신의 의견도 덧붙이면서 “(김)형준이가 대단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아까 나는 문승원의 체인지업을 노리고 쳤는데 우익수 뜬공이 됐다. 하지만 형준이는 홈런을 만들었다. ‘레벨이 다르다’다고 생각했다”라고 감탄을 이어갔다.
김형준도 아시안게임 경험을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 그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항저우에서 엄청 큰 국가대항전을 하고 오니까 그때 느꼈던 긴장감이 있다. 가을야구도 긴장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만큼 떨리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시리즈’가 되어가고 있는 NC의 2023년 가을야구. NC는 올해 가을야구에서 김형준이라는, 향후 10년을 책임질 대형 포수를 확실하게 얻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