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하면 투수 왕국 이미지가 강하다. 샌디 쿠팩스, 돈 드라이스데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오렐 허사이져, 클레이튼 커쇼 등 시대를 대표할 만한 명투수들을 끊임없이 배출했다. 탄탄한 투수진을 중심으로 견고한 야구를 했다.
2013년부터 최근 11년 중 10번이나 지구 우승을 차지한 데에도 마운드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2019~2022년 4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를 포함해 지난해까지 이 부문 6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올해 13위(4.06)로 떨어졌다. 특히 선발 평균자책점은 20위(4.57)로 리그 평균 이하였다.
결국 디비전시리즈에서 선발진이 무너지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전 전패, 굴육적인 탈락의 쓴맛을 봤다. 커쇼(⅓이닝 6실점), 바비 밀러(1⅔이닝 3실점), 랜스 린(2⅔이닝 4실점)으로 이어진 선발 3명이 도합 4⅔이닝 13실점, 평균자책점 25.08로 난타당했다. 3경기 연속 2득점으로 끝나버린 타선 침묵도 아쉬웠지만 선발들의 조기 강판이 뼈아팠다.
미국 ‘LA타임스’도 ‘왕조가 탈선했다’며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3년째 가을야구에서 물을 먹고 있는 다저스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선발투수진으로 2013~2019년 다저스에 몸담았던 류현진의 이름이 짧게 언급되기도 했다.
기사를 쓴 잭 해리스 기자는 ‘선발진이 다저스가 우승에 실패한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지난 3번의 플레이오프에서 다저스 선발투수는 오버워크한 에이스, 저평가된 베테랑, 마감시한에 영입한 선수들로 구성됐다’고 지적하며 한 라이벌 팀의 스카우트 코멘트도 실었다. 이 스카우트는 “가장 큰 문제는 투수진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무너졌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해리스 기자는 ‘다저스는 한때 워커 뷸러, 커쇼, 류현진 등 프론트 라인 선발들과 마에다 겐타, 리치 힐, 알렉스 우드 등 믿을 수 있는 베테랑들로 선발진을 깊게 구축했다. 포스트시즌 거의 모든 경기에서 의지할 수 있는 확실한 선발들이 있었다’며 몇 년 전까지 강력했던 다저스 선발진을 언급했다.
류현진은 다저스 시절 포스트시즌 8경기(40이닝) 3승2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2013년 NLCS 3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상대로 7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했고, 2018년 NLDS 1차전에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승리로 잠재우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해리스 기자는 ‘2021년 트레버 바우어 영입으로 다저스의 선발진이 강화될 것으로 보였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일련의 문제가 닥쳤다. 선발투수 부족이 연례 사이클이 되어버렸다’며 2021년 바우어, 올해 훌리오 유리아스가 각각 성폭행, 가정폭력 혐의로 이탈하는 악재 속에 커쇼, 뷸러, 더스틴 메이, 토니 곤솔린 등 주축 선발들의 부상이 반복하며 포스트시즌 때 최상의 선발진을 가동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바우어와 유리아스의 이탈은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부상 리스크가 있던 투수들의 이탈을 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해리스 기자는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파블로 로페즈(미네소타 트윈스), 지난 오프시즌 때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 올해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을 영입할 기회가 있었지만 임팩트 있는 영입을 하지 못했다’며 ‘신인 선수를 기용하고, 저평가된 베테랑들로부터 생산성을 이끌어내면서 전반적으로 탄탄한 투수진을 구성했다. 이런 방식으로 정규시즌은 계속 성공하고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선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