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가 선발진 3명을 모두 쏟아 붓는 벌떼 운영으로 한 경기를 잡았다. 가을에 접어든 한유섬의 괴력은 막아세우지 못했지만 이들 선발 3명은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와 매치업을 승리로 이끌었다. 3차전에서 슈퍼 에이스 페디가 못 나오는 상황에서 원정에서 천금의 2승을 따냈다.
NC는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NC는 2승 째를 수확했다.
이날 NC는 송명기가 선발 등판했다. 당초 에이스 에릭 페디가 등판해야 했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타구에 오른팔을 맞고 타박상을 당하며 개점휴업 상태였다. 전날(22일)에서야 불펜 피칭을 펼쳤고 3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송명기를 필두로 이재학 최성영 등 선발 자원들이 모두 가동돼야 하는 경기였다.
송명기는 2020년 정규시즌 막판 선발 6연승으로 정규시즌 우승,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로 등판해 승리를 챙기며 2000년대생 최초 승리 투수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이었다. 통합 우승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올 시즌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35경기(17경기) 4승9패 평균자책점 4.83의 기록을 남겼다. SSG를 상대로는 올해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2.38(11⅓이닝 3자책점)로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전 강인권 감독은 “송명기는 최대한 길게 던져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두 번째 만날때 항상 고비가 있는 것 같다. 그때 아마 고민이 될 것 같다”라면서 “그래도 송명기의 성격이라면 큰 경기 의식하지 않고 떨지 않을 것이다. 오늘 컨디션이 관건이다. 송명기가 어떤 투구 내용을 보여주느냐가 승패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라면서 기대감을 전했다.
1회 타선이 김광현을 상대로 마틴의 적시 2루타, 권희동의 우전 적시타, 서호철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3득점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1회말 올라오자마자 선두타자 추신수에게 볼 4개를 연달아 던지며 스트레이트 볼넷을 기록했다. 영점이 잡히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최주환을 상대하면서 차츰 영점을 찾아갔다. 커터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나갔고 최주환을 1루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1루 주자 추신수까지 2루에서 잡아냈다. 리버스 더블플레이로 주자들을 없앴다. 이후 최정을 상대로 삼진을 만들어내면서 1회를 3타자로 끝냈다.
타선은 2회에도 점수를 뽑으며 4-0의 리드를 만들었다. 첫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는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한유섬을 힘으로 윽박지르며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하재훈도 중견수 야은 뜬공으로 잡아내며 2아웃을 만들었다. 그리고 박성한까지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2회를 마무리 지었다.
송명기는 다시 흔들렸다. 3회 선두타자 김성현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고 김민식에게 스트레이트 볼넷까지 허용하면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일단 추신수와 승부에서는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그리고 최주환을 다시 패스트볼로 삼진을 솎아내며 2아웃을 만들었다. 차근차근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최정까지 6구 접전 끝에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며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4회에도 쉽지 않았다. 결국 선두타자 에레디에게 볼넷을 내줬다. 4이닝 연속 선두타자 출루. 결국 한유섬에게 3볼1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137km의 패스트볼을 던지다 우월 투런포를 허용했다. 결국 송명기는 3이닝 2피안타(1피홈런) 3볼넷 1사구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송명기의 뒤를 이어 최성영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최성영은 한유섬의 투런포 이후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차분판 피칭으로 정리했다. 하재훈과 박성한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분위기를 다잡았고 김성현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4회를 큰 탈 없이 매듭지었다. 최성영은 “어느 정도 얘기를 듣고 경기 시작하자마자 몸은 풀고 있었다. 3회부터 공을 던지고 있었다”라면서 “워낙 공격력이 좋은 팀이라서 저 때문에 경기가 차분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5회에도 선두타자 김민식을 8구 접전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추신수까지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5회 2사 후 최주환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하며 2사 1루 상황이 됐다.
NC 벤치는 지체없이 또 다른 선발 자원인 이재학을 투입했다. 최성영은 1⅔이닝 동안 1피안타 3탈삼진으로 제 몫을 다하고 공을 이재학에게 넘겼다. 이재학이 우타자 최정을 상대했고 최정을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면서 5회를 마무리 지었다.
이재학은 6회 선두타자 에레디아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하지만 4회 투런포를 내준 한유섬에게 다시 솔로포를 맞았다. 4-3의 살얼음 리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재학은 우타자 하재훈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좌타자 박성한이 들어서자 물러났다. 이재학도 피홈런 1개를 기록했지만 1이닝 1탈삼진 1실점으로 가교 역할을 하고 필승조 김영규에게 바통을 넘겼다.
강인권 감독은 경기 후 “송명기가 조금만 더 끌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조금 더 가면 중반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곧바로 최성영을 붙였는데 좋은 투구를 해줬다. 중간에서 셋업맨 투수들이 잘해준 것 같다. 하재훈의 상대전적을 봤을 때 최성영이 조금 더 나아서 최성영을 투입했다”라면서 “ SSG 타선의 중심은 최정으로 보인다. 최정에게 큰거 한 방을 허용하면 흐름을 내주게 된다. 최정과 에레디아를 막는데 투수 교체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라며 투수 운영의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선발 3명이 5⅔이닝 4피안타(2피홈런) 3볼넷 1사구 8탈삼진 3실점을 합작했다. 4~5선발급 투수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을 이들이 해냈고 한 경기를 책임지며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 에이스인 김광현까지 격침시킨 NC였고, 이제 2승을 거두고 창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만 3차전 등판 예정이었던 에릭 페디가 충돌 증후군 증세로 나올 수 없게 됐다. 3차전 선발은 태너. 페디로 3연승을 노렸지만 확률은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적지에서 큰 2승을 거두고 창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