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홈 어드밴티지가 적은 스포츠라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홈 어드밴티지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6경기 내내 원정팀들이 전승을 거두며 최종 7차전으로 넘어갔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ALCS(7전4선승제) 6차전에서 9-2 완승을 거뒀다. 2승3패로 벼랑 끝이었던 텍사스는 시리즈 전적 3승3패 동률을 만들며 승부를 최종 7차전으로 끌고 갔다.
텍사스 선발투수 네이선 이볼디는 6⅓이닝 5피안타 3볼넷 1사구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휴스턴 강타선을 잠재웠고, 9회 아롤디스 가르시아의 쐐기 만루 홈런 포함 타선이 3홈런 10안타로 9득점을 올렸다. 미치 가버도 2회 동점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 활약을 했다.
이로써 이번 시리즈 원정팀 전승 행진이 계속됐다. 휴스턴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텍사스가 잡으며 2연승으로 기선 제압했지만 텍사스 홈에서 치러진 3~5차전을 휴스턴이 싹쓸이하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하지만 다시 휴스턴에 돌아온 6차전에서 텍사스가 승리하면서 징크스가 이어졌다.
역대 메이저리그 7전4선승제 포스트시즌에서 7경기 모두 원정팀이 승리한 케이스는 2019년 월드시리즈가 유일하다. 당시 워싱턴 내셔널스가 휴스턴을 4승3패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 홈 3~5차전을 졌지만 원정 1~2차전, 6~7차전을 잡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홈 어드밴티지를 한 경기도 살리지 못한 휴스턴으로선 4년 전과 비슷한 지금 상황이 찜찜할 수밖에 없다. 7차전을 내주면 악몽 재현이다.
경기 후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이번 시리즈에선 전혀 중요하지 않다. 왜 그런가?’라는 질문에 “그 질문에 내가 답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100만 달러짜리 질문”이라며 “우리는 분명 홈에서 몇 경기 이기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원정에서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 홈에서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MLB.com’에 따르면 텍사스는 1996년 뉴욕 양키스에 이어 포스트시즈 첫 원정 7경기 모두 승리한 역대 두 번째 팀이 됐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탬파베이 레이스 상대로, 디비전시리즈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 상대로 원정 1~2차전을 모두 잡은 데 이어 ALCS 3경기까지 원정 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텍사스 포수 미치 가버도 “처음 보는 일이다.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홈에서 아무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조금 이상하긴 하다. 매우 열정적인 팬층을 보유한 팀들이 이렇게 하고 있는 게 흥미롭지만 이대로 유지되길 바란다. 원정경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는 포스트시즌 내내 잘했다. 우리는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텍사스가 7차전까지 잡으면 포스트시즌 원정 8연승으로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을 세우고 있다.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원정 최다 연승 기록은 8연승으로 2019년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을 격침시킨 워싱턴이 갖고 있다. 그해 워싱턴은 LA 다저스 상대 디비전시리즈 원정 1차전을 패했지만 2차전과 5차전 승리 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상대 원정 1~2차전을 잡은 뒤 월드시리즈에서도 휴스턴에서 치러진 1~2차전, 6~7차전을 잡고 원정 8연승으로 축배를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