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심재학 KIA 타이거즈 단장의 프로세스가 시작했다. 첫 번째 작업으로 외인 전담 스카우트팀을 신설하고 분석팀도 단장 직속으로 두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40인 로스터와 일본리그에서 나온 외인 선수들에 대한 정교한 데이터와 분석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직원도 새로 뽑기로 했다.
심 단장은 "프런트에서 좋은 외인 선발투수를 뽑지 못했다. 가장 못했던 부분이다. 조직을 세분화해서 외인 스카우트를 전담하는 국제업무파트를 따로 만들겠다. 인원도 충원하겠다. 미국(남미 포함) 현지 스카우트를 두고 조사를 계속할 것이다. 운영팀 아래에 있던 분석팀도 직속으로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적자원과 인프라 투자도 해야 한다. 선수를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팀을 만들려면 프로세스가 잡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조금 부족하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감독과 단장 등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팀 전체가 휘둘린다. 팀의 탄탄한 프로세스가 있어야 누가 오든 강한 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IA는 외국인 스카우트에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 2017년 20승을 따내며 우승을 이끈 헥터 노에시 이후 눈에 띄는 에이스급은 2020시즌과 2021시즌 활약한 애런 브룩스 정도였다. 외국인 신규 영입 비용이 100만 달러로 정해져 있어 정교한 눈과 분석으로 좋은 외인투수를 데려오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 업무를 전문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심 단장은 시즌 종료 직전 "냉정하게 말하면 실패한 시즌이었다. 단장으로 책임은 분명히 있다.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전력 균형을 맞추고 부족한 부분 채워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전력기획, 분석, 스카우트 팀 전체 미팅을 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리포트를 받았다. 반영해서 내년 시즌 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발힌 바 있다.
심 단장은 2023시즌을 자신이 준비하지 못했다. 전임 장정석 단장이 꾸려놓은 전력이었다. 장 전 단장이 불미스러운 문제로 구단을 떠나자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던 도중 갑작스럽게 단장직을 맡게 됐다. 6개월 넘게 전반적으로 구단의 운영 시스템을 차분히 진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전략기획, 국내외 스카우트, 전력분석과 데이터, 퓨처스 육성 등 전반적으로 구단의 운영 시스템과 역량을 눈으로 직접 지켜보았다. 일단 퓨처스 팀의 보고 방식도 컨디션 위주가 아닌 정확한 분석과 데이터가 포함된 체계로 바꾸도록 했다. 시즌을 마치자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조직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 단장은 선수 출신답게 현장 일은 직접 챙기고 데이터를 중요시한다. 외인 스카우트와 분석팀을 직접 챙기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내년 2월 예정된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훈련지도 직접 현지로 날아가 세밀하게 시설과 환경을 둘러보고 결정했다. 최적의 훈련 조건을 만들기 위해 캔버라 시 관계자, 야당 정치인, 한인 단체까지 접촉해 협조를 이끌어냈다.
특히 2023~2024 호주리그에 한국선수들로 구성된 질롱코리아가 퇴출되자 직접 캔버라 캐벌리 구단주를 설득해 유망주들을 파견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시즌 최지민이 질롱코리아에서 자신감을 얻어 좌완 특급 필승맨으로 도약한 바 있다. 이번에는 김기훈 등을 파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가 대단히 중요하다. 1~2 선발을 맡을 외인투수 영입, 최형우의 재계약. 예비 FA 김선빈 계약, 트레이드 혹은 FA 시장 참여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외형적인 업무도 중요하지만 체질 개선을 위해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심단장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