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는 고교 졸업 예정자 782명과 대학교 졸업 예정자 296명(얼리 드래프트 41명 포함),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등 기타 선수 5명을 더해 총 1083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10개 구단에서 110명만 선택받는 자리였고, 취업률은 10.2%에 불과했다.
이렇게 취업문은 바늘 구멍처럼 좁은데 오래 뛰는 건 더욱 어렵다. 1~2년차 젊은 선수들도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방출이다. 프로의 세계는 그만큼 치열하고 냉정하다.
KBO리그에 방출의 계절이 왔다. 매년 9월 신인 드래프트를 마친 뒤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워야 하는 선수들이 나온다. 시즌 막판부터 구단들은 선수 정리 명단을 추리는 작업을 한다. 구단들이 하나둘씩 방출 선수들을 발표하면서 선수단 재편에 나서고 있다.
KT가 지난 12일 투수 백선기, 백현수, 포수 한지용, 내야수 이동관 등 4명을 방출한 것을 시작으로 16일에는 키움이 무려 14명을 한꺼번에 정리했다. 투수 홍성민, 변시원, 이영준, 외야수 김준완, 박준태, 이병규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며 투수 김정인, 박주현, 오윤성, 정연제, 내야수 정현민, 이재홍, 이세호, 외야수 김신회는 육성 선수 등록을 말소하면서 방출했다.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2024년 신인만 14명을 뽑은 키움은 방출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이어 17일에는 롯데가 투수 윤명준, 김태욱, 외야수 국해성을 대한 웨이버 공시 요청으로 방출을 알렸다. 앞서 8월 시즌 중에도 롯데는 내야수 김주현, 투수 김동우를 방출한 바 있다. 21일에는 한화가 투수 이재민, 장웅정, 천보웅, 이석제, 외야수 원혁재, 이정재, 고영재 등 7명의 저연차 선수들을 정리했다.
올해 10라운드 전체 9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신인 투수 천보웅은 퓨처스리그 등판도 없이 1년 만에 방출되고 말았다. 육성 선수 신분으로 어렵게 프로에 들어온 한화 이석제, 고영재, 이정재, KT 백현수, 이동관도 1년 만에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이정재는 독립리그 출신 거포로 기대를 모았지만 퓨처스리그 23경기 타율 1할3푼6리(44타수 6안타) 1홈런 8타점에 그쳤다.
2022년 2차 8라운드 전체 7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2년차 투수 이재민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정통 언더핸드 투수로 희소성이 있는 이재민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17경기(15선발·78⅔이닝) 6승5패1홀드 평균자책점 3.66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퓨처스 올스타전에 참가하며 1군에서도 2경기(2이닝 8실점) 나서며 경험을 쌓았지만 올해는 퓨처스리그 2경기(3⅓이닝 2실점 1자책) 등판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이재민은 방출 발표가 있기 전날(20일) 자신의 SNS에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많은 응원을 받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한화 이글스에 있었던 하루하루 너무 행복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2021~2022년 키움에 각각 8라운드 지명을 받은 3년차 투수 정연제, 2년차 외야수 이세호도 1군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채 일찍 방출됐다. 1군 데뷔도 못하고 유니폼을 벗은 선수가 이번에 12명이나 된다. 대부분 하위 지명이거나 육성 선수들. 아무래도 후순위에 뽑힌 선수들일수록 기회를 얻기 더 어렵다.
방출 이후 재취업에 성공했으나 다시 방출된 선수들에게도 힘겨운 계절이다. 키움 홍성민, 이영준, 변시원, 김준완, 정현민, 롯데 윤명준, 국해성은 두 번째 방출이다. 한화에서 방출과 재입단 다시 방출 과정을 거쳐 올해 롯데에서 1군 데뷔의 꿈을 이룬 김태욱에겐 무려 3번째 방출 아픔이다.
방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6개 구단이 방출을 발표하지 않았다. 시즌 종료 후 열리는 2차 드래프트 때문에 예년보다 선수단 정리 시기를 늦추는 분위기. 2차 드래프트가 끝나고 대략적인 선수 이동이 이뤄진 뒤 일괄적인 방출 또는 추가 방출 러시가 있을 전망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