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주전 유격수 잰더 보가츠(31)가 내년에는 2루수나 1루수로 포지션 이동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김하성(28)이 다시 유격수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시즌 후 보가츠가 FA로 영입될 때만 해도 트레이드설이 나온 김하성이지만 이제는 팀 내 최고 수비, 생산력, 인기를 인정받으며 트레이드 불가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가 보가츠에게 포지션 변경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샌디에이고와 11년 2억80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맺고 샌디에이고에 온 ‘거포 유격수’ 보가츠는 올 시즌 155경기 타율 2할8푼5리(596타수 170안타) 19홈런 58타점 19도루 OPS .790을 기록했다.
예년에 비해 타격 생산력이 떨어졌고, 유격수 수비도 흔들렸다.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지표인 OAA는 +3으로 규정타석 유격수 20명 중 11위로 리그 중간 수준. 수비로 실점을 막아낸 지표인 DRS 역시 -4로 평균을 밑돌았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팔의 힘도 백분율 24%로 하위권이었다.
보가츠는 지난달 자신의 수비력에 대해 “괜찮게 했다고 생각한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며 시즌 전체 실책 8개 중 4개를 8월23일부터 9월19일에 몰아서 한 것과 관련해 “정신적인 실수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서둘렀다. 확실한 아웃을 잡는 대신 빠르게 더블 플레이를 시도했다. 전반적으로 타구를 잘 처리했지만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려 한 것이 실수였다”고 되돌아봤다.
디애슬레틱은 ‘보가츠의 합류는 팀의 수비 포지션에 영향을 미쳤다. 김하성은 올해 주전 2루수로 뛰어난 활약을 했지만 샌디에이고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로 여겨진다. 7년 8000만 달러 연장 계약 첫 해를 맞이하는 제이크 크로넨워스는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낸 1루보다 2루에 더 잘 어울린다’며 샌디에이고가 유격수 김하성, 2루수 크로넨워스로 키스톤 콤비를 복귀시킨 뒤 보가츠를 1루로 보내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알렸다.
“유격수로서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고 미련을 보인 보가츠는 향후 구단과 포지션 전환에 대한 논의에 대해 “전혀 모른다. 때가 되면 그렇게 할 것이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2014년부터 10년간 유격수로만 뛰어온 보가츠로선 이 자리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구단에서 보가츠의 포지션 전환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김하성의 수비에 대한 내부 평가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디애슬레틱은 ‘복잡한 상황인 샌디에이고가 균형 잡힌 로스터 구성을 위해 김하성이나 크로넨워스 트레이드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김하성은 팀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며 팀 내 가치가 높고, 팬들에게도 큰 사랑받는 김하성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비현실적으로 봤다. 김하성은 올해 공수주 총합 WAR 5.8로 팀 내 야수 1위이고, 샌디에이고 홈팬들의 응원 구호가 따로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유격수로도 이런 모습을 이어간다면 FA를 앞두고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김하성도 유격수 복귀를 자신했다. 그는 “유격수는 여전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이고, 가장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루수로 남는 것에 대해서도 “물론 문제없다. 보가츠가 우리 팀 주전 유격수라는 것을 존중한다. 나도 주전 2루수로서 보가츠와 1년간 호흡을 맞췄다. 내년에 더 단단한 수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보가츠를 존중하는 코멘트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 시즌 초반 김하성은 유격수나 2루수가 아닌 3루수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시즌 후 팔꿈치 신전건 수술을 받고 재활을 시작한 주전 3루수 매니 마차도가 한국에서 열리는 내년 3월말 시즌 개막까지 합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수술은 4~6개월 재활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차도가 부상에서 돌아온 뒤에야 김하성과 보가츠, 크로넨워스의 정확한 포지션 교통정리가 이뤄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