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35·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한국에 있을 때도 항상 미국 메이저리그를 생각했다. 단 하루도 꿈을 버리지 않은 켈리에겐 현실이 됐다.
켈리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7전4선승제) 5차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 나섰다. 24일 열리는 NLCS 6차전 애리조나 선발투수 자격으로 참석했다.
포스트시즌 공식 기자회견 때마다 켈리에게 한국 시절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5~2018년 4년간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을 발판 삼아 2019년 애리조나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데뷔한 뒤 5년째 선발로 활약 중인 켈리의 스토리는 미국 언론에서도 꽤 흥미로운 모양.
“한국에 있을 때 여기서 이렇게 선발로 나가는 것을 생각하거나 꿈꿔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생각조차 하기에도 너무 먼 일이었나?”라는 질문을 받은 켈리는 “매일 생각하고 꿈꿨다. 한국에 갔을 때 언젠가 다시 미국에 돌아오는 게 목표였다. 한국에 있을 때 나의 마음속 어디에도 이게 끝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당분간 나의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였지만 이대로 커리어를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켈리는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게 내 일상의 일부였다. 한국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미국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함께한 동료들이나 같은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친구들이 어떻게 하는지 확인하곤 했다. 내가 미국에 돌아오면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은 팀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였다”며 “한국에 있는 동안 단 하루도 이곳을 생각 안 한 날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미국에서 마이너리그에만 있다 27세 젊은 나이에 한국으로 넘어간 켈리는 KBO리그에서 4년간 119경기(729⅔이닝)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 탈삼진 642개로 활약했다. 2018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한국과 작별을 고한 켈리는 애리조나와 2+2년 최대 1450만 달러에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며 미국으로 돌아왔다.
켈리는 “솔직히 애리조나가 나를 영입할 줄 몰랐다. 한국에선 10개월 계약이라 11월까지는 FA가 아니었다. 12월1일이 결혼식 날이었는데 애리조나에서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 그 전까지는 애리조나에서 연락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보스턴 레드삭스 두 팀이 있었다. 하지만 애리조나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그 순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계약 과정도 떠올렸다.
샌디에이고와 보스턴도 켈리에게 오퍼를 했지만 애리조나의 조건이 훨씬 좋았다. 켈리는 “1년 계약을 받을 줄 알았는데 애리조나가 다년 계약을 제시해줬다.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3년간 주축 선발로 꾸준함을 보인 켈리는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2+1년 보장 1800만 달러에 애리조나와 연장 계약하는 등 5년간 통산 127경기(750⅔이닝) 48승43패 평균자책점 3.80 탈삼진 681개로 활약 중이다.
올 시즌에는 30경기(177⅔이닝) 12승8패 평균자책점 3.29 탈삼진 187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가을야구도 처음인데 지난 8일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6⅓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이어 18일 필라델피아와의 NLCS 2차전에선 5⅔이닝 3피안타(3피홈런) 3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