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슈퍼스타들을 제치고 내야 한 자리를 꿰찬 김하성(28)이 또 다른 스타플레이어 잰더 보가츠까지 밀어내는 것일까. 현지 언론이 내년 시즌 보가츠의 포지션 이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김하성의 유격수 복귀를 점쳤다.
북미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은 22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이 2024시즌 유격수 보가츠의 포지션 이동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보가츠는 2013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해 올해까지 빅리그에서 11시즌을 뛴 베테랑 유격수다. 4차례 올스타, 5차례 실버슬러거, 2차례 월드시리즈 우승 등 화려한 이력과 함께 통산 1419경기 타율 2할9푼1리 1580안타 175홈런 741타점 OPS .811를 남겼다.
특히 지난 시즌을 앞두고 들려온 계약 소식이 충격적이었다. 작년 12월 샌디에이고와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378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김하성을 밀어내고 파드리스의 주전 유격수가 됐다. 김하성이 2022시즌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유격수 공백을 메웠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본 샌디에이고는 35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올스타 유격수를 품었다.
보가츠는 이적 첫해 155경기 타율 2할8푼5리 170안타 19홈런 58타점 OPS .790을 남겼다. 무난한 성적이었지만 보가츠는 현지 언론에 유격수 포지션의 어려움을 전했다. 보가츠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멘탈적인 실수가 많았던 한해였다. 뭔가 서두르려는 성향이 강했다. 급하게 플레이했고, 더블플레이를 완성하려는 순간 공이 빠져나갔다”라고 털어놨다.
파드리스 데뷔 시즌 155경기에 출전한 보가츠는 유격수 포지션에서 8개의 실책을 범하며 수비율 98.5%를 기록했다. dWAR은 0.4로,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들 가운데 57위였다.
현지 언론은 김하성의 유격수 복귀설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김하성은 오는 2024시즌까지 계약이 보장돼 있고, 지난해 유격수, 올해 2루수에서 모두 수비 경쟁력을 입증했다. 김하성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태. 후보 선정 자체만으로도 감지덕지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한국인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을 노리고 있다. 김하성 또한 현지 언론에 “여전히 유격수는 내 주 포지션이다.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위치다”라고 욕심을 드러냈다.
미국 매체 ‘NESN’ 또한 “올 시즌 보가츠의 여러 지표들이 김하성의 유격수 복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격수 포지션은 샌디에이고가 보가츠를 영입하기 전까지 김하성이 두 시즌 동안 활약한 포지션이다”라고 분석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였던 김하성은 2020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러나 계약 당시 ‘왜 하필 샌디에이고를 택했나’라는 의문이 든 게 사실이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슈퍼스타 타티스 주니어를 비롯해 매니 마차도,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내야진이 견고한 팀이었다. 김하성은 데뷔 시즌 예상대로 백업을 전전하며 117경기 타율 2할2리 8홈런 34타점의 아쉬움을 남겼다.
김하성은 지난해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골절 및 금지약물 복용에 따른 징계로 이탈하며 마침내 메이저리그 풀타임 기회를 얻었다. 첫해 수비력 하나만큼은 미국 현지서 인정을 받은 그는 타격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며 150경기 타율 2할5푼1리 11홈런 59타점 12도루 OPS .708를 남겼다.
김하성은 3년차 시즌에 찾아온 위기 또한 기회로 바꿨다. 스토브리그서 주 포지션인 유격수에 슈퍼스타 보가츠가 가세했지만 2루수로 이동해 팀 내 없어서는 안 될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올해 샌디에이고의 주전 리드오프를 맡아 152경기 타율 2할6푼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의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것. 아시아 최초 20홈런-40도루에 도전했을 정도로 기세가 드높았다.
지난 세 시즌 동안 미국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뒤엎고 성공 시대를 쓴 김하성이다. 네 번째 시즌에서는 보가츠라는 거물급 내야수를 밀어내는 또 다른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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