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패면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되는 상황. ‘KBO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팀의 운명을 짊어지고 6차전 마운드에 오른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1-6으로 패했다.
1, 2차전 패배 이후 3, 4차전을 연달아 따냈던 애리조나는 운명의 5차전을 내주며 2승 3패 열세에 처했다. 6차전과 7차전은 필라델피아의 홈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리며, 애리조나는 1패면 김병현이 활약한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 도전이 무산된다.
믿었던 선발 잭 갤런이 필라델피아의 화력을 견디지 못했다. 1회부터 2점을 내주며 끌려가는 양상을 자초했다. 카일 슈와버, 브라이스 하퍼의 안타로 처한 2사 1, 2루 위기서 브라이슨 스톳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줬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더블스틸에 2루수 케텔 마르테의 홈 송구 실책이 발생하며 추가 실점했다.
갤런은 2회부터 안정을 되찾고 5회까지 추가 실점을 억제했지만 타선이 필라델피아 선발 잭 휠러 공략에 철저히 실패했다. 힘이 빠진 갤런은 6회 선두 슈와버와 하퍼에게 각각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6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1탈삼진 4실점을 남긴 채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애리조나의 득점은 7회 1점이 유일했다. 1회 1사 1, 3루, 3회 1사 1루, 4회 2사 1루, 5회 1사 1루, 6회 1사 3루 등 숱한 찬스에서 후속타가 불발됐고, 0-4로 뒤진 7회가 돼서야 알렉 토마스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만회했다. 8회 무사 1루, 9회 2사 1, 3루 또한 점수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애리조나는 23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4일 필라델피아의 홈구장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로 이동해 올해 가을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6차전을 치른다.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기 위해선 6, 7차전을 모두 따내야 한다.
벼랑 끝 애리조나가 꺼내든 선발 카드는 켈리다. 벌써 메이저리그 5년차가 된 켈리의 시즌 기록은 30경기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9로, 올해 애리조나의 서부지구 2위(84승 78패) 및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일조했다. 지난 8일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서 6⅓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겼다.
다만 챔피언십시리즈 기억은 좋지 못하다. 18일 필라델피아와의 2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5⅔이닝 3피안타(3피홈런) 3볼넷 6탈삼진 4실점 난조로 패전투수가 됐다. 닷새를 쉬고 6차전에 마운드에 올라 필라델피아 선발 애런 놀라와 리턴매치를 펼친다. 놀라는 18일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현지 매체는 애리조나의 가을 운명이 6차전 선발 켈리의 손에 달렸다는 시선을 보였다. 미국 애리조나 언론 ‘애리조나 센트럴’은 22일 “다이아몬드백스는 무조건 시리즈가 7차전으로 향할 수 있다는 희망과 압박 속에 켈리에게 공을 건네줄 것이다”라면서 “다만 6, 7차전은 애리조나에게 또 다른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필라델피아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홈 6전 전승을 거뒀다”라고 전망했다.
켈리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원투펀치를 담당했다. 2017년 16승을 비롯해 4시즌 통산 119경기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을 남겼고, 이에 힘입어 2019시즌 애리조나와 2+2년 계약에 골인하며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작년 5월에는 2년 총액 1800만 달러에 연장 계약까지 이뤄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7전 4선승제의 포스트시즌에서 3승 2패 우위를 점한 팀의 다음 시리즈 진출 확률은 71%(79/112)에 달한다. 2승 2패에서 5차전을 승리한 팀의 다음 시리즈 진출 확률 또한 71%(46/65)로 같다. 켈리가 벼랑 끝에 몰린 애리조나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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