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롯데는 지난 20일 "김태형 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을 제21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3년간 총액 24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6억 원). 신일고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0년 OB 베어스에 입단해 2001년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은퇴 후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에서 배터리 코치로 활동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2015년 두산 사령탑에 오른 그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세 차례 정상 등극을 이끌었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이라는 자리가 가진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 김태형이라는 감독을 선택해 주신 롯데 팬분들과 신동빈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 오랜 기간 기다렸던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이 롯데에서 성공적인 항해를 이어가기 위해 '맏형' 전준우는 반드시 필요하다. 실력, 인성, 리더십 등 좋은 선수가 될 만한 요소를 모두 갖춘 그가 선수단의 중심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
경주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08년 롯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1군 통산 1616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6039타수 1812안타) 196홈런 888타점 996득점 133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 138경기에서 타율 3할1푼2리(493타수 154안타) 17홈런 77타점 80득점 9도루로 팀내 타자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전준우에게 에이징 커브는 남의 이야기. 그는 "나이만 가장 많을 뿐 몸과 마음 모두 20대다. 나이를 먹을수록 운동을 더 많이 한다. 20대 시절보다 더 열심히 한다. 그래야만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그는 김태형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과 가장 부합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선수단의 맏형이지만 결코 느슨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그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순간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은퇴할 때까지 그게 안될 것 같다"고 했다.
전준우는 오로지 끊임없는 노력만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 단 한 번도 구설수에 휘말린 적이 없었고 팀원 모두가 인정하는 선수다. 구단 안팎에서 전준우에 대한 평판은 아주 좋다.
뛰어난 리더십은 전준우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그는 경찰 야구단 시절 '빅보스'라 불리며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당시 경찰 야구단 지휘봉을 잡았던 유승안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은 "전준우는 특별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던 선수다. 부드러우면서도 후배들이 거절하지 못할 만한 카리스마가 있다. 전준우가 주장일 때는 '네 마음대로 해라'고 했다. 그래도 정말 모나지 않게 팀을 잘 뭉치게 했다"고 말했다.
전준우는 첫 FA 자격을 얻은 뒤 4년 최대 총액 34억 원의 조건에 계약했다. 당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전준우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도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았다. 팬들 조차 전준우의 계약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롯데가 김태형 감독에게 3년간 총액 24억 원이라는 후한 대우를 해줬듯 김태형호의 성공적인 항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준우에게도 첫 FA의 아쉬움을 씻어낼 만한 대우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