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라고 불릴는 파이어볼러는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았다. 데뷔 첫 20홀드(22홀드)를 넘어선 류진욱(27)의 첫 가을야구 무대는 화려했다.
NC는 지난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14-9로 승리를 거두면서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20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이후 3년 만에 복귀한 가을야구 무대 첫 판에서 승리하면서 가을야구 복귀전을 마쳤다.
승리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선발 태너가 4이닝 5실점으로 일찍이 무너졌고 난타전 양상의 경기가 펼쳐졌다. NC는 태너 이후 이재학 김영규를 차례대로 투입해 경기를 안정시키려고 했지만 힘들었다. 그러나 류진욱이 투입된 이후 경기는 안정을 찾았고 NC 쪽으로 분위기가 확실하게 기울었다.
류진욱은 6회 2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왔다. 6-5의 살얼음판 리드 상황. 타석에는 양의지가 있었다. 김영규의 바통을 이어 받은 류진욱은 2사 2루 실점 위기 상황에서 맞이한 가을야구 베테랑인 양의지를 상대로 힘으로 압도했다. 150km, 148km, 149km의 무브먼트가 심한 패스트볼은 3개 연속 뿌리면서 2루수 방면의 빗맞은 땅볼로 유도, 실점 위기를 넘겼다. NC가 한고비를 넘긴 순간.
7회초에는 패턴을 바꿔서 올해 류진욱을 핵심 필승조로 만든 포크볼과 커터를 곁들이면서 양석환을 3루수 땅볼, 강승호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2사 후 김인태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지만 허경민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7회초를 마쳤다.
류진욱이 안정감 있게 경기를 주도하자 타선도 힘을 냈고 7회말 서호철의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그는 김태근을 투수 땅볼, 정수빈을 3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2사 후 김재호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뒤 류진욱은 이날 등판을 마무리 했다. 임정호가 후속타자 김재환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중견수 제이슨 마틴이 공을 더듬으며 류진욱의 책임주자가 홈을 밟았다. 자책점은 아니었지만 류진욱의 실점이 기록되는 순간.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31개의 공을 뿌렸다.
실점이 기록되기는 했지만 류진욱의 올해 성장을 확인한 첫 가을야구 무대였다. 올해 류진욱은 70경기 등판해 1승4패 22홀드 평균자책점 2.15(67이닝 16자책점), 62탈삼진, 이닝 당 출루허용(WHIP) 1.09의 특급 성적으로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2라운드로 NC에 지명을 받은 류진욱이다. 2021년 44경기 1승 7홀드 평균자책점 2.08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처음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올해,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팀 승리를 이끈 혼신의 피칭을 펼쳤다.
류진욱은 인간승리의 아이콘이다. 2015년 입단한 이후 1군 데뷔도 하지 못한 채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의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방황했다. 하지만 류진욱은 좌절하지 않았고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NC의 핵심 외국인 투수였던 드류 루친스키를 빗댄 ‘류진스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루친스키와 함께 라커를 쓰면서 많이 교감했고 루친스키의 강점들을 흡수하며 올해 20홀드 필승조로 올라섰다.
무엇보다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 류진욱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첫 단추를 잘 꿰어낸 만큼 류진욱의 올해 가을야구 모습이 기대되는 상황. 류진욱이 안정감 있는 피칭을 선보이고 마무리 이용찬이 정규시즌 막판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강인권 감독의 고민도 시작됐다. 이용찬은 정규시즌 막판 3경기 연속 실점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도 1⅓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흔들렸다.
강 감독은 “고민이다”라면서도 “한 시즌 마무리 투수였는데 교체는 아닌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 앞쪽에 갈지 뒤쪽 똑같이 갈지는 경기 하면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 류진욱과 마무리 이용찬의 역할 조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하지만 NC는 이날 가을야구에서 ‘쫄지 않는’ 확실한 불펜 카드를 재확인 하면서 SS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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