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억 포수도, 캡틴도 말을 잇지 못했다…‘5위→허무한 탈락’ 3루 더그아웃은 정적만이 흘렀다 [WC]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0.20 05: 40

공동 3위에서 5위. 그리고 5위에서 가을야구 탈락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기대 넘쳤던 두산의 2023시즌이 ‘새드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작년 10월 18일 서울 잠실구장 구내식당. 3년 총액 18억 원에 두산 제11대 감독으로 부임한 이승엽 감독의 취임식 날이었다.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두산을 도약시킬 적임자로 낙점된 이 감독은 “9위라는 팀을 당장 내년에 우승시키겠다, 플레이오프로 이끌겠다는 발언은 섣부르다. 순위는 말씀드릴 수 없다”라며 “다만 올해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다 .3년 안에는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 야구를 해보고 싶다”라는 취임사를 밝혔다. 
지도자 경험이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첫해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11연승과 7연승을 비롯해 작년 9위에 머문 팀을 5위까지 끌어올리며 두산 팬들에게 2년 만에 가을야구를 선사했다. 공동 3위 그룹에서 막판 뒷심 부족으로 가을야구 막차를 탔지만 초보 감독임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박수 받을만한 성과였다. 

8회초 두산 양의지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10.19 / soul1014@osen.co.kr

경기종료 후 두산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2023.10.19 / soul1014@osen.co.kr

두산의 목표는 KBO리그 최초 5위팀의 시리즈 업셋이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가 4위를 꺾고 준플레이오프 진출한 사례는 없었다. 5위가 첫 경기를 이겨 2차전이 성사된 적도 2016년(LG-KIA), 2021년(두산-키움)이 전부였다. 물론 이마저도 4위가 2차전을 따내 이변을 막았다. 
19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2023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두산 선발투수 곽빈이 강판되고 있다 2023.10.19 / soul1014@osen.co.kr
5회말 NC 선두타자 마틴의 외야뜬공때 강승호와 김태근이 타구를 놓친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3.10.19 / soul1014@osen.co.kr
그러나 '가을 강자' 두산이기에 새 역사를 향한 기대감이 내심 생겼다. 두산은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총력전을 펼친 NC와 달리 1경기를 남기고 5위가 확정되며 하루의 준비 기간이 더 있었다. 여기에 1차전 곽빈-태너 털리, 2차전 브랜든 와델-송명기의 선발 매치업 또한 객관적 전력 상 두산이 우위였다. 이 감독도 경기 전 “우리 선수들의 단기전 경험이 풍부하다. 평소 해왔던 대로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초반 흐름은 두산의 차지였다. 꿈의 미라클이 현실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1회 1사 후 김재호, 호세 로하스(2루타)의 연속 안타로 맞이한 찬스서 양의지가 1타점 선제 내야땅볼을 친 뒤 2회 무사 1루서 김인태가 1타점 2루타, 3회 로하스가 솔로홈런으로 단숨에 3-0을 만들었다. 선발 곽빈도 3회까지 NC 타선을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 봉쇄했다. 
19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2023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두산 선수들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2023.10.19 /sunday@osen.co.kr
그러나 4회부터 마운드가 NC의 화력을 버티지 못했다. 선발 곽빈이 4회 서호철(만루홈런)-김형준(솔로홈런)에게 백투백홈런을 맞은 것을 시작으로 이영하(1이닝 1실점), 김강률(⅓이닝 2실점), 정철원(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홍건희(⅔이닝 6실점) 등 불펜 핵심 요원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 감독은 경기 전 불펜 전력에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5위싸움을 하며 지친 투수들이 제 공을 던지지 못했다. 4회 5실점, 8회 6실점 빅이닝 헌납으로 타선의 9득점이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1경기 만에 가을이 허무하게 종료된 두산. 경기 후 3루 더그아웃은 침묵과 정적 그 자체였다. 이날 몸살 투혼을 펼친 주전 포수 양의지를 비롯해 주장 허경민,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 김인태, 정수빈 등 5위의 성과를 해낸 선수들이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수고했다"라는 짧은 말과 함께 침묵의 위로를 할 뿐이었다. 코치들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했지만 표정은 역시 어두웠다.
8회말 2사 2,3루 NC 김주원의 1타점 적시타때 김재호 유격수가 타구를 놓친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3.10.19 / soul1014@osen.co.kr
사령탑은 그래도 2023시즌을 희망을 본 한해로 평가했다. 이 감독은 “최승용, 김동주 등이 피칭을 하면서 내년에 더 좋아지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라며 “젊은 야수진 중에서 튀어나와야 하는 선수들이 부진했다. 어린 야수들이 올라오면 활력소가 생길 것이다. 가을부터는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내년 즉시 전력으로 만들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도자 첫 시즌은 즐거움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이 감독은 “즐거운 점도 많았다. 선수들 덕분에 많이 이겼다. 가을야구도 했고 5할 승률 이상을 했다. 미세하게나마 내년에 높게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힘들어 하거나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쉬게 해준다는 생각을 했는데 선수들과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지도자로 남고 싶었다. 힘들었지만 재밌게 잘 지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비시즌 잘 채워서 더 높은 곳으로 가겠다”라고 내년 시즌 더 높은 순위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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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NC가 두산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NC는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14-9로 이겼다. 이로써 NC는 오는 22일 SS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경기 종료 후 두산 선수단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0.19 /
19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2023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6회초 두산 이승엽 감독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2023.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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