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옛말이다. 한화의 타격 침체는 오랜 기간 해소되지 않는 고민이다. 2020년부터 최근 4년 연속 팀 타율 10위로 타격이 바닥을 기고 있다. 올해는 FA 채은성이 합류하고, 노시환이 홈런왕에 등극하며 잠재력이 터졌지만 팀 타율(.241), 출루율(.324), 장타율(.350), OPS(.674) 모두 10위에 그쳤다. 경기당 평균 득점도 4.19점으로 가장 적었다.
그래서 매년 시즌을 마친 뒤 한화를 두고 외국인 타자 2명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단기간 확실하게 타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지만 투수력도 워낙 약하다 보니 구상으로만 끝났다. 2015년부터 10개 구단 144경기 체제로 확대되면서 상하위팀 가리지 않고 투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투수 뎁스가 극히 얇은 KBO리그 사정상 외국인 타자 2명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외국인 선수가 3명으로 확대된 2014년부터 타자를 2명 기용한 팀은 2015년 신생팀 특혜로 외국인 4명을 보유했던 KT(앤디 마르테·댄 블랙), 2019년 삼성(다린 러프·맥 윌리엄슨), 2020년 SK(제이미 로맥·타일러 화이트)까지 3개뿐이다.
그러나 3개팀 모두 기존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 또는 부상으로 인한 교체로 타자를 영입해 급조한 조합이다. 시즌 전부터 외국인 타자 2명으로 시작한 팀은 2009년 히어로즈(클리프 브룸바·덕 클락)까지 쭉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한화가 내년에 외국인 타자 2명을 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금으로선 무조건 투수 2명, 타자 2명으로 못박을 수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양쪽 다 열어놓고 상황을 보려 한다”고 밝혔다.
최원호 감독은 시즌 중에도 “투수와 수비가 좋아야 이길 확률이 높다고 하지만 결과론적이다. 과정적으로 보면 타선이 좋아야 마운드와 수비를 안정시킬 수 있다”며 젊은 야수들의 성장 여부에 따라 내년에 외국인 타자 2명을 쓸 가능성을 말한 바 있다.
최원호 감독은 투수 출신이지만 매일 경기를 뛰는 야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운영하는 입장에서 점수를 내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올 한 해 크게 실감했다. 시즌 후 외국인 선수 시장 상황을 보고 좋은 매물이 타자 쪽에서 많이 나온다면 2명으로 가는 파격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한화는 일단 외야 한 자리를 외국인 타자로 채워야 한다. 20대 외야수 중 유일하게 10홈런을 기록한 이진영이 경험을 쌓아 주전급으로 성장했지만 그래도 한 자리가 남는다. 시즌 막판 컨택 능력을 보여준 최인호가 있지만 샘플이 적다. 내년 전력 구상에 있어 확실한 ‘상수’로 놓을 만한 외야수가 여전히 부족하다. 올해 FA 시장에도 외야수는 전준우(롯데), 고종욱(KIA) 외에 전무한 수준이다.
물론 가능성만 열어놓은 것이지, 현실적으로 투수력을 외면하기 어렵다. 최 감독은 외국인 타자 2명의 전제 조건으로 풀타임 선발 3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투수 1명과 내년부터 이닝 제한이 풀리는 토종 에이스 문동주 외에 풀타임 선발을 해줄 투수가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을 돈 이태양이 3선발을 맡아도 4~5선발이 불안하다. 어깨 부상에서 돌아올 김민우와 남지민, 한승주, 김기중, 김서현, 신인 황준서 등 젊은 투수들이 선발 후보로 꼽히지만 현재로선 전력에 상수로 놓기 어렵다.
올해 활약한 외국인 투수들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1선발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2년차 펠릭스 페냐(32경기 177⅓이닝 11승11패 평균자책점 3.60), 5월부터 대체 선수로 합류해 반등을 이끈 리카르도 산체스(24경기 126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3.79)도 쉽게 포기하기 아까운 투수들. 외국인 시장 상황을 보며 다각도로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