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샷만 두 번을 맞았고 코뼈 골절, 그리고 발목 인대 부상까지 당했던 NC 다이노스 내야수 서호철(27). 다사다난했던 올 시즌의 피날레를 장식할 가을야구. 몸쪽 공이 와도 피하지 않는, 투혼의 화신은 화려한 가을야구 데뷔전을 마쳤다. ‘업셋’ 위기를 극복시키며 팀을 준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서호철은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7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회 역전 만루포, 7회 쐐기 2타점 2루타 등 4타수 3안타 6타점 대활약으로 팀의 14-9 대승를 이끌었다. NC는 업셋 위기를 겪지 않고 준플레이오프로 올라섰다.
2021년 퓨처스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바 있던 서호철은 지난해 부침을 겪은 뒤 올해 확실환 주전 3루수로 도약했다. 베테랑 박석민이 부진한 틈을 타서 주전 자리를 꿰찼고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았다.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에서 114경기 타율 2할8푼7리(397타수 114안타) 5홈런 41타점 50득점 OPS .714의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서호철의 올 시즌이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4월 15일 SSG전에서 헤드샷을 맞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 9월24일 두산전에서 다시 한 번 헤드샷을 맞았다. 한 시즌 동안 두 번의 헤드샷이라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헤드샷을 당했을 때는 코뼈가 골절됐다.
그러나 코뼈 골절에도 서호철은 불굴의 의지로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코뼈 골절 이후 별다른 결장 기간 없이 곧바로 복귀했다.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서 타격 자세를 취하는 서호철이었지만 두 번의 헤드샷에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서호철은 코뼈 골절 당시 “그 전에 두 번이나 코뼈 골절 부상을 당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내성이 생겼다. 아프지 않았다”라면서 “많이 걱정해주시지만 정말 괜찮았다”라고 되돌아봤다.
타석 위치의 변화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 변화를 주려다 보면 무언가 안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 변화를 주지 않았다”라면서 “저는 정말 두려움이 없다. ‘또 던져봐라. 또 맞아줄게’라는 생각으로 계속 몸쪽 타석에 들어섰다. 몸쪽으로 오는 공에 배트도 내보고 맞아도 보면서 이제 두려움이 사라졌고 자신감이 생겼다”라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서호철은 헤드샷 이후 다시 한 번 부상을 당했다. 지난 9일 한화전에서 우측 발목 인대 손상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해야 했다. 포스트시즌 복귀는 문제가 없었던 상황.
교육리그에서 타석을 소화하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지만 포스트시즌 무대는 또 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서호철은 다시 한 번 두려움 없이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서 타석에 들어섰고 결과를 만들었다.
NC는 위기였다. 1승만 하면 준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는 절대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에이스 에릭 페디가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NC의 약점이었다. 1차전 선발 투수 태너가 버텨주지 못하면 정말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업셋 탈락의 위기에 빠질 수 있었다.
서호철의 타석이 돌아왔다. 서호철은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곽빈의 3구 째 몸쪽 낮은 코스의 149km 강속구에 배트를 거침없이 휘둘렀다. 오른 다리를 빼면서 기술적으로 친 타구는 배트 중심에 맞았고 좌측 담장을 넘겼다.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짜릿한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대 첫 그랜드슬램이었고 포스트시즌 통산 17번째 만루홈런이었다.
경기는 4-3으로 뒤집어졌고 잠잠했던 NC파크는 들끓었다. 여세를 몰아서 김형준이 백투백 솔로포까지 터뜨리면서 NC는 5-3을 만들었다.
이어진 5회초, 다시 2점을 내주면서 동점을 허용했지만 5회말 상대 폭투로 1점을 추가, 6-5로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승리에 확인사살을 가했다. 6-5의 살얼음 리드가 이어지던 7회말, 다시 한 번 만루 기회가 찾아왔다. 1사 만루에서 두산 필승조 정철원의 150km 몸쪽 강속구를 다시 한 번 통타,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천금의 2타점으로 8-5로 격차를 벌렸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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