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더 기대된다".
KIA 타이거즈는 시즌 종료를 앞두고 주전포수 김태군(34)과 3년 최대 25억 원에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유는 안정적인 안방전력 확보였다. 적어도 3년 동안 주전포수를 보유하게 돘다. 아울러 지난 7월 트레이드 이후 김태군이 보여준 희생정신과 워크에식도 고려했다.
심재학 단장은 또 하나의 이유도 밝혔다. 바로 무명포수에서 1군 포수로 등장한 한준수(24)의 성장이었다. "태군이가 팀에 보이지 않는 기여를 많이 했다. 준수가 빠르게 클 수 있었던 것은 태군이가 볼배합 등 많은 조언을 했다. 계약 책정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군이 트레이드로 입단한 7월5일, 한준수는 선발마스크를 쓰고 SSG 랜더스와 인천경기에 나섰다. 홈런치고 2루타치고 멀티타점을 올렸다. 신인 윤영철을 잘 리드하는 등 공수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곧바로 주전 마스크를 김태군에게 넘겼지만 새로운 포수의 등장에 팬들의 눈길이 쏠렸다.
그때부터 한준수는 김태군과 함께 1군 안방을 책임졌다. 출전이 뜸하더라도 매일 훈련을 함께하고 경기를 지켜보면서 한 수 한 수를 배웠다. 직접 김태군의 조언을 곁들이는 쓴소리도 쏟아졌다. "제 말을 많이 들어야 할 것 같다"며 후배의 성장에 힘을 쏟았다. 잠재적 경쟁자였지만 열성적으로 가르쳤다.
한준수도 2018 1차 지명을 받은 잠재력이 높았던 포수였다. 그러나 프로에 적응하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냈고 쫓기듯 현역으로 입대했다. 전역 즈음에 야구에 대한 강한 열의가 피어났고 20kg가 넘는 체중감량을 했다. 올해 2군에서 착실하게 실전에 나서며 수비와 타격이 좋아졌다.
드디어 6월말 육성신분에서 벗어났고 1군 콜업을 받았다. 여기에 베테랑 포수까지 만나 전력에도 있지 않았던 포수가 그렇게 1군 포수가 되었다. 48경기에 뛰었고 타율 2할5푼8리 2홈런 12타점, OPS 0.684를 기록했다. 포수 수비도 곧잘했고 타격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곧바로 무명의 포수에서 넘버2 포수로 인정을 받았다.
심단장은 "태군이가 2년 정도 주전포수로 해주고 한준수 신범수 권혁경 이상준(2024 신인) 등이 3년째 주전으로 올라오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태군의 가세와 함께 한준수의 급속 성장으로 포수 리스크를 일거에 지웠다. 이제는 한준수의 시대까지 기대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종국 감독도 한준수의 잠재력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 "경험에 비해 인사이드 워크 등 수비도 타격도 좋다. 1군 경험이 없는데도 기대한 것 보다 좋다. 수비와 공격에서 안정적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고 칭찬과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잘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고 안방의 희망이 되기를 주문한 것이다.
한준수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2023 시즌의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확실한 주전 도약의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 숙제이다. 1군 선수가 됐다고 안주하기 보다는 더 많은 땀을 흘려야 김태군의 뒤를 이어 진짜 주전이 될 수 있다. 당장 10월말부터 시작하는 마무리 캠프와 비시즌 기간, 그리고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착실한 준비를 해야 한준수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