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KBO리그에 적응이 된 것 같은데 시즌이 끝났다.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이 닉 윌리엄스(30·한화)에겐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졌다.
윌리엄스는 지난 6월 한화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한국에 왔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진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방출한 한화는 우여곡절 끝에 ‘차차차선’으로 윌리엄스를 영입했다. 6월27일 대전 KT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윌리엄스는 3번째 경기였던 6월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첫 홈런을 신고하며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빠른 공에 대한 약점이 드러난 뒤 7월 15경기 타율 1할7푼5리(63타수 11안타) 1홈런 5타점 OPS .442로 크게 부진했다. 이 기간 볼넷 1개를 얻으며 삼진만 23개를 당했다. 8월 들어 18경기 타율 2할5푼7리(70타수 18안타) 2홈런 10타점 OPS .660으로 조금 살아났지만 외야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한동안 선발 제외 후 벤치에 앉아야 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한눈 팔지 않는 성실함으로 야구에 집중했다. 9월 이후 32경기 타율 2할7푼2리(114타수 31안타) 5홈런 27타점 OPS .780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9월8일 고척 키움전에서 연장 12회 결승포 포함 멀티 홈런으로 최고의 경기를 했고, 10월14일 대전 롯데전에선 투런 홈런 포함 4안타 4타점으로 폭발했다.
윌리엄스의 시즌 최종 성적은 68경기 타율 2할4푼4리(258타수 63안타) 9홈런 45타점 OPS .678. 외국인 타자에게 아쉬운 성적이지만 최악은 면했다. 풀시즌 기준 20홈런을 넘볼 수 있을 만큼 장타력은 확실히 보여줬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는 “풀시즌을 뛰었다면 20홈런을 쳤을지는 알 수 없다. 어느 누구나 그렇듯 미친 한 주, 한 달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정확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며 “선수마다 적응 시간이 다 다르다. 내가 만약 스프링캠프 때부터 합류해 한국 투수들의 공과 스타일에 적응했다면 20홈런이 가능하지도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윌리엄스는 “야구 외적으로 가족이 입국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가족 없이 외국 생활을 해야 하는 것도 적응에 애를 먹은 이유였다”며 “그렇다고 부진한 기간에 대해 변명을 하고 싶진 않다. 시즌 막판에 어느 정도 적응해 팀 승리에 도움을 준 것에 만족한다. 타격코치들과 안 되는 부분을 찾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마지막에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지난 6월22일 입국한 윌리엄스는 시즌 최종전 다음날인 17일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갔다. 4개월이 조금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에 푹 빠졌다. 윌리엄스는 “리그를 떠나야 하는 게 너무 아쉽다.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좋다. 나를 포함해 가족들을 따뜻하게 환대해줬다. 전국 어디에서든 나와 아들 로리를 알아봐주는 팬들이 많았다”고 한화 팬들의 성원에 무척 고마워했다.
냉정하게 성적으로 보면 재계약이 힘들다. 윌리엄스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자꾸 미련이 남는 모양. 그는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한국에 오고 싶다. 내게 한국이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가족들도 한국을 편하게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국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그동안 보내준 응원도 잊지 않겠다”며 다음 만남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