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 ‘불펜대장’ 김태훈(33)이 SSG 랜더스 팬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김태훈의 은퇴식이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와 두산의 시즌 최종전이 끝나고 진행됐다.
구단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15년간 구단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2018년 역대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 기여를 한 김태훈 선수의 노고를 격려하고자 이번 은퇴식을 기획했다.
경기 전에는 팬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김태훈의 뜻에 따라 사전 선정된 100명을 대상으로 팬 사인회가 있었다. 또 경기 직전 시구자로 나섰다. 시포자는 오랜시간 의지를 하며 선수 생활을 함께 한 마무리 투수 서진용이었다.
경기 종료 후 기념 선물 및 꽃다발 수여, 선수단 영상 편지 상영, 은퇴 소감문 낭독으로 이어졌다. 김태훈은 이날 2만명 넘게 모인 팬들 앞에서 은퇴 소감을 말했다.
경기 전에는 취재진에 둘러싸여 현역 선수로는 마지막 인터뷰도 진행했다. 김태훈은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2군에서 2년 정도 오래 있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좋은 후배들이 많다. 이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결정하게 됐다”고 은퇴를 결심하게 된 때를 되돌아봤다.
미련없이 떠날 각오를 했다. 김태훈은 “야구를 하면서 프로 무대에 올라와 할 건 다 해본 것 같다. 후련하다”며 “아쉬운 것 없다. 열심히 해봤다. 그러다 벽에 부딪혀서 깔끔하게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5년 전 가장 큰 무대에서 빛났던 그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동구초-구리인창중-구리인창고를 거쳐 2009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태훈이 프로 무대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때는 2018년이다. 그해에는 SSG 전신인 SK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이때 김태훈은 우승의 공신 중 한 명이다. 2018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SK. 가을무대는 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됐다. 당시 플레이오프 상대는 키움 전신인 넥센. 1차전부터 양팀 통틀어 홈런 7방이 터지는 접전이 벌어졌다.
불펜 힘겨루기에서 김태훈이 1이닝 무실점,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가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태훈은 이때부터 허리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SK는 넥센과 홈 1, 2차전을 잡고 원정 3, 4차전을 내줬다. 하지만 5차전에서 11-10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1차전, 2차전, 3차전 등판 후 5차전에서도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며 불펜 대장 노릇을 했다. 김태훈은 당시 플레이오프 4경기 등판해 3⅓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김태훈은 한국시리즈 1차전, 3차전, 5차전, 6차전에 등판했다. 지난 2018년 11월 4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 7일 3차전에서는 1⅔이닝 무실점, 10일 5차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3경기까지 ‘미스터 제로’였다.
그가 무너졌다면, SK는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다. 12일 6차전에서는 2이닝 1실점을 했다. '미스터 제로'는 깨졌지만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모두 4경기 등판해 7⅔이닝을 책임지며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김태훈은 프로 15년 중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김태훈은 2018년 정규시즌 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 된 다음 2019시즌에는 필승조로 71경기 등판해 4승 5패 7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김원형 감독과 두산 박정배 투수 코치는 “아직 은퇴할 나이가 아니다. 아쉽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박 코치 모두 김태훈과 현역 시절을 같이 보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아쉽다. 미안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태훈은 “내가 꾸준하지 못했다. 그게 아쉽지, 그 외에 아쉬운 점은 없다”며 “(노) 경은이 형, (고) 효준이 형, (김) 광현이 형은 아직도 구위가 있다. 존경스럽다. 대단한 선수들이다”고 했다.
김태훈은 고교 시절인 2008년 미추홀기에서 퍼펙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껏 야구 인생에서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을 일이라고 했다.
그는 후련하게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그는 “마지막까지 이렇게 관심을 많이 보내줘 항상 감사하다. 내 인생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했다. 김태훈은 인천 검단에서 투수 코치로 야구 꿈나무를 가르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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