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1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선수가 34살에 돌연 은퇴했다. 나이나 성적으로 보면 앞으로 몇 년 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쿨하게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하면서 구단주를 저격한 것도 흥미롭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투수 트레버 메이(34)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이는 이날 자신의 인터넷 플랫폼 채널을 통해 “공식적으로 프로야구 은퇴를 발표한다. 더 이상 야구를 하지 않겠다. 행복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136순위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지명된 우완 투수 메이는 2014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뒤 2020년까지 뛰었다. 2021~2022년 뉴욕 메츠를 거쳐 올해는 오클랜드에 몸담으며 3개 팀에서 총 9시즌을 뛰었다.
통산 358경기(26선발·450⅓이닝) 36승28패33세이브67홀드 평균자책점 4.24 탈삼진 520개를 기록했다. 토미 존 수술로 2017년을 통째로 쉬면서 커리어 위기를 맞았지만 2019년 미네소타에서 65경기(64⅓이닝) 5승3패2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2.94 탈삼진 79개로 최고 시즌을 보내며 부활했다.
올해는 1년 700만 달러 FA 계약으로 오클랜드에 합류, 데뷔 첫 마무리 보직을 맡았다. 49경기(46⅔이닝) 4승4패2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28 탈삼진 40개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4월 중순 불안 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한 달간 공백을 갖는 등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피치 클락 도입으로 정해진 시간에 공을 던져야 하는 것도 메이의 불안증을 증폭시킨 이유 중 하나.
메이는 “내 방식대로 은퇴하고 싶다. 대다수의 선수가 은퇴하는 이유는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른 즐거운 것이 훨씬 많은데 직업적인 이유로 싸우면서 서서히 쇠퇴하는 자신을 지켜보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며 야구를 하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도 야구와 관련이 있다. 직접 몸으로 하는 야구는 지치고, 성적에 대한 압박감도 크지만 야구에 대해 말하고 가르치는 것은 여전히 즐겁다. 메이는 “투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것도 좋아한다.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야구를 다루는 나만의 쇼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은퇴를 하지만 야구와의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야구 관련 일을 더 많이 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개인 방송부터 조만간 라디오 중계 해설에도 나설 예정이다.
비록 심적으로 힘든 해였지만 메이는 마지막으로 몸담은 오클랜드에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올해 오클랜드의 팀 동료, 팬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 그 이상을 얻은 것 같다”며 “클럽하우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정말 좋았다. 난 오클랜드 조직을 사랑한다. 정말 굉장했다”고 말했다.
은퇴하는 마당에 할 말은 다했다. 메이는 존 피셔 오클랜드 구단주를 가리켜 “팀을 팔라”며 “구단을 소유한 것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이 구단을 갖게 해야 한다”고 저격하면서 원색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최근 2년 연속 3할대 승률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5위 꼴찌에 머무른 오클랜드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투자에 인색한 구단으로 악명 높다. 2005년 구단을 사들인 피셔 구단주는 선수단에도, 인프라에도 돈을 쓰지 않았다. 갈수록 팀 내 스타 선수들을 FA가 되기 전 줄줄이 팔아 넘겼다. 홈구장 콜리세움은 1968년부터 제대로 된 리모델링 한 번 하지 않아 물이 샐 정도로 낙후된 구장이 됐다. 이런 와중에 티켓 가격까지 올려 팬들의 원성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