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말린스를 3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끈 킴 응(55) 단장이 물러났다. 재계약 제안을 뿌리치며 메이저리그 최초 여성 단장으로서 커리어를 일단 마무리했다.
‘ESPN’을 비롯해 미국 언론들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응 단장이 마이애미와 결별했다고 전했다. 마이애미 브루스 셔먼 구단주는 응 단장보다 직급이 높은 야구운영사장 선임을 계획했고, 이에 응 단장은 구단의 재계약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런트 최고 수장으로서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 응 단장에겐 재계약 제의도 전혀 달갑지 않았다.
지난 2020년 11월 마이애미 단장에 선임돼 MLB, NFL, NBA, NHL 등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통틀어 최초 여성 프런트 수장으로 화제를 모은 응 단장은 3년 계약을 보장받았다. 2024년 계약은 상호 옵션 조건으로 구단이 원했지만 응 단장이 거절했다.
마이애미에선 응 단장에게 연장 계약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응 단장은 “지난주 셔먼 구단주와 야구 운영 부서 재편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 과정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고, 내가 물러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올해 마이애미는 84승78패로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막차로 3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을 빼고 162경기 풀시즌 기준으로는 2003년 이후 20년 만의 쾌거였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2연패로 가을야구는 짧았지만 젊고 경쟁력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2021년 트레이드 마감일에 데려온 좌완 투수 헤수스 루자르도가 에이스로 성장했고, 20살 신인 유리 페레즈도 핵심 선발로 성장했다. 시즌 전 트레이드로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를 영입했고, 지난 여름 트레이드 마감일에도 3루수 제이크 버거, 1루수 조쉬 벨을 데려오는 등 타선 보강을 위한 기민한 움직임이 빛을 봤다. 직접 뽑은 ‘초보 사령탑’ 스킵 슈메이커 감독도 지도력도 돋보였다.
이런 혁혁한 성과를 인정받아 메이저리그 올해의 임원 후보로 꼽히는 응 단장이지만 스스로 물러났다. 전임 프런트 수장이었던 데릭 지터가 셔먼 구단주와 구단 방향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2022년 3월 CEO 자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응 단장까지 비슷한 이유로 결별했다는 게 눈에 띈다. 지터는 직장 폐쇄를 이유로 투자를 주저한 셔먼 구단주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셔먼 구단주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응 단장이 구다의 재계약 제안을 거부한 사실을 알리며 “그동안 우리 조직을 위한 응 단장의 기여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한 뒤 “우리는 경기장 안팎에서 구단을 위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철저하고 광범위한 서칭을 시작하겠다. 올해 큰 발전을 이룬 모멘텀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응 단장도 “마이애미 가족과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사우스 플로리다에서 함께한 시간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올해는 마이애미가 큰 발전을 이룬 한 해였다. 슈메이커 감독과 코치진, 야구 운영 및 프런트 오피스의 헌신적인 직원들과 함께 일한 게 그리울 것이다. 매우 재능 있는 그룹이고, 앞으로 큰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