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50) 한화 감독은 준비된 사령탑으로 평가됐다. 운동역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공부하는 지도자로 주목받은 최원호 감독은 2020년 한화 감독대행을 맡아 114경기를 지휘하며 1군 지휘 경험을 쌓았다. 2021년부터 다시 퓨처스 사령탑으로 돌아가 2년간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며 팀 리빌딩에 힘을 보탰다.
최 감독은 지난 5월11일 밤 1군 사령탑으로 전격 승격됐다. 당시 한화는 11승19패1무(승률 .367)로 9위에 처져있었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며 최 감독과 2025년까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경기 종료 후 야밤의 감독 교체로 타이밍이 의외였지, 최 감독이 사령탑 자리에 오르는 것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다.
최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18년 만에 8연승을 질주, 전반기를 5위에 2경기 뒤진 8위로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그러나 후반기 8연패, 6연패로 고전을 거듭하며 4년 연속 최하위 추락 위기도 맞았다. 가까스로 10위 키움에 1.5경기 앞선 9위로 마쳐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시즌 최종전이었던 지난 16일 대전 롯데전을 이겼더라면 8위로 마칠 수 있었지만 2-7로 지면서 9위로 끝마쳤다.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한화는 113경기에서 47승61패5무(승률 .435)를 거두며 이 기간 8위에 랭크됐다. 수베로 감독이 있을 때보다 나은 성적이긴 했지만, 27번의 역전패를 포함해 한 끗 차이로 아깝게 놓친 경기들이 많았다. 준비된 감독이었지만 정식 감독은 또 다른 자리였다. 크고 작은 운영 미스들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었다.
최 감독은 16일 최종전을 앞두고 올 시즌을 돌아보며 “우리 팀에 경험 많은 선수가 적은데 나도 경험이 많은 감독은 아니다. 한화에 와서 4년째가 됐지만 올해 새로 본 선수들도 있고, 투타에서 다양하게 배치하면서 파악하는 시간을 보냈다”며 “감독대행으로 100경기 넘게 했지만 정식 감독은 처음이다. 그때와는 또 다른 컨셉으로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3년 전에는 팀을 수습하고 정비하며 다음 감독에게 넘기는 임무를 맡았다면 이번에는 정식 감독으로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즌 중 갑자기 1군을 맡게 된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눈에 띄는 결과는 내지 못했지만 최 감독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많은 선수들을 두루 쓰면서 특성과 성향을 깊게 파악했고,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최 감독은 “(오프시즌) 외부 영입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없다고 생각하고 구상한다면 지금 선수단 구성으로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틀은 어느 정도 잡은 것 같다”며 “선수가 잘하고 못하는 건 운영자가 언제 어떻게 넣고 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런 것들을 많이 경험했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까지 마치고 전체적인 틀을 세우면 내년에 운영 미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내년 준비를 위한 팀의 방향, 밑그림도 명확해졌다. 최 감독은 “지표로 따지면 마운드는 선발보다 불펜이 조금 더 나았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평준화시킬지, 어느 한쪽을 집중적으로 업그레이드할지는 선택의 문제다. 지금 봐선 불펜 쪽으로 조금 더 비중을 두는 운영을 해야 않을까 싶다”며 “타선에선 쳐야 할 선수, 작전을 구사해야 할 선수를 구분하고 준비시키려 한다. 노시환이나 채은성, 그외 몇몇 타자들을 빼면 지금보다 조금 더 작전과 팀플레이를 할 수 있게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 그동안 개인 기량 향상에 포커스를 맞춰왔다면 이제는 팀 전술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최 감독은 조만간 일본 미야자키로 넘어가 교육리그를 참관한다. 어깨 부상 후 회복 중인 투수 김민우와 실전 감각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내야수 하주석, 파이어볼러 유망주 김서현 등의 경기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이후 같은 곳에서 11월26일까지 마무리캠프를 이어간다. 내년 시즌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최 감독에겐 시즌 전부터 세밀하게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