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안고 떠난다. 재일교포 3세 안권수(30·롯데)가 KBO리그 4년 커리어를 마무리하며 작별을 고했다.
안권수는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에 1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 5타수 1안타1 타점을 기록했다. 첫 4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지만 8회 2사 1,2루에서 한화 마무리 박상원의 6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2루 주자 박승욱을 홈에 불러들인 1타점 적시타로 한국에서의 고별전 마지막 타석을 기분 좋게 장식했다.
이닝을 마치고 3루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 안권수는 헬멧을 벗어 롯데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이날 고별전을 맞아 ‘사랑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팬 여러분’이라는 감사 인사 문구를 새긴 보호 장구를 차고 뛴 안권수는 롯데의 시즌 최종전 7-2 승리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안권수는 일본 명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뒤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다 할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프로야구 도전에 나섰다. 2019년 트라이아웃을 거쳐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두산에서 2022년까지 3년을 뛰며 백업 멤버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그러나 재일교포 3세로 병역법에 따른 군 문제가 변수였다. 재외국민 2세가 3년을 초과해 국내에 체류할 경우 재외국민 지위를 상실한다는 병역법에 의해 안권수가 한국에서 프로 선수로 영리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선 2023년 말까지 군입대해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안권수는 일본에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이 있다. 가족을 멀리 두고 군입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택이었다. 결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되자 안권수는 두산에서 방출됐다. 일본으로 돌아가 다른 일을 할 생각이었지만 롯데가 남은 1년간 그를 쓰기로 했다. 그렇게 1년의 선물 같은 시간이 안권수에게 주어졌다.
시한부 같은 시즌이었지만 안권수는 롯데에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4월 개막부터 1번타자를 맡아 3할대(.318) 타율로 활약하며 롯데 돌풍의 중심에 섰다. 항상 웃는 얼굴로 목청껏 파이팅을 외치며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했다. 윤동희, 김민석 등 어린 선수들에게 친구 같은 선배로 성장을 도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명단에도 들며 병역 혜택으로 한국에서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인 안권수. 그러나 5월부터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페이스가 한풀 꺾였고, 결국 6월8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이탈해야 했다. 아시안게임 꿈이 불발된 순간. 재활을 거쳐 7월30일 복귀했지만 그 사이에 롯데의 성적도 급락하며 가을야구가 멀어졌다. 복귀 후 한동안 타격감도 찾지 못하며 애를 먹었다.
이종운 롯데 감독대행은 안권수에 대해 “수술을 하고 나서 페이스가 완전히 떨어졌다. 컨디션을 찾지 못해 힘들어했지만 팔 상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면서 좋은 모습이 다시 나왔다”며 “본인도 (한국에서 야구를) 더 하고 싶어 하는데 안타깝다. 우리 팀에 에너지를 많이 불어넣어준 선수였다”고 말했다.
9월 이후 다시 3할대(.316) 타율로 반등한 안권수는 95경기 타율 2할6푼9리(268타수 72안타) 2홈런 29타점 16도루로 올 시즌을 마쳤다. KBO리그 4시즌 통산 성적은 326경기 타율 2할7푼8리(586타수 163안타) 2홈런 56타점 24도루.
홈 최종전이었던 지난 11일 두산전에서 5타수 무안타로 물러난 안권수는 경기 후 부산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대전에서의 마지막 경기는 굿바이 안타를 치며 웃으며 인사했다.
경기 후 안권수는 “홈 마지막 경기도 그렇고, 오늘도 조금 말린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 안타로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했다”며 “일본에 돌아가도 한국에서의 야구가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시 놀러 오면 또 반갑게 인사드리겠다. 정말 감사했다”고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KBO리그 선수로 모든 일정을 마친 안권수는 오는 20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