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경험이 없는 상태서 9위팀의 지휘봉을 잡아 부임 첫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두산 이승엽 감독. 그러나 이를 향한 응원과 축하는 없었다. 오히려 이 감독이 출정식 전광판 영상에 등장할 때 야유가 쏟아지며 5위라는 값진 성과를 인정 받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15차전에서 2-3 석패를 당하며 정규시즌 5위가 확정됐다.
투타 모두 작년 챔피언과의 전력 차이가 극명히 드러난 한판이었다. 특히 SSG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상대로 7회까지 1점밖에 내지 못한 타선의 빈타가 뼈아팠다. 5회 추격의 1타점 2루타를 친 허경민이 유일하게 2루를 밟은 두산 타자였다.
두산은 1-3으로 뒤진 마지막 9회 선두로 나선 대타 김인태가 SSG 마무리 서진용 상대로 솔로홈런을 치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이어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양의지가 1루수 오태곤의 황당 포구 실책으로 1루를 거쳐 2루를 밟았고, 양석환이 자동고의4구를 얻었지만 2사 1, 2루서 등장한 강승호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두산은 이날 결과로 KIA에 패해 4위로 떨어진 NC와의 승차가 1경기로 벌어지며 정규시즌 5위가 확정됐다. 17일 SSG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고 같은 시간 NC가 KIA에 패하면 NC와 75승 2무 67패가 동률이 되지만 상대 전적 다득점(NC 66점, 두산 64점)에서 밀려 5위가 된다. 올해 16차례 맞대결에서 8승 8패로 맞섰기 때문에 다득점 지표가 등장했다.
두산 구단은 경기 종료 후 홈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하고, 향후 가을야구 각오를 전하는 포스트시즌 출정식을 개최했다.
논란의 장면은 앞 순서에서 발생했다. 잠실구장 전광판을 통해 2023시즌을 결산하는 특별 영상을 상영한 두산. 그런 가운데 ‘새 사령탑 이승엽 감독 취임’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승엽 감독의 작년 10월 취임식 영상이 나왔고, 일부 팬들이 응원과 격려가 아닌 야유를 보냈다. 가을야구 진출의 기쁨을 만끽하는 포스트시즌 출정식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반대로 ‘돌아온 우리의 안방마님 양의지 복귀’ 차례 때는 열렬한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타자는 왜 부임 첫해 9위팀을 가을야구로 이끌고도 팬들의 야유를 받았을까.
3년 총액 18억 원에 두산 지휘봉을 잡고 어느덧 143경기를 치른 이 감독. 지난해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팀을 맡아 빠르게 혼란을 수습한 뒤 2년 만에 포스트시즌 복귀라는 1차 목표를 이뤄냈다. 지도자 경험 없이 사령탑을 맡으며 취임식 당시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컸던 게 사실이지만 국민타자답게 지도자가 돼서도 능력을 발휘하며 10개 구단 중 5위 안에 드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국민타자는 자책했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더 많다. 미숙한 점도 있었다. 선수들 융화, 경기를 풀어나가는 과정 모두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지금 이 순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똘똘하게 했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에 가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1년차라서 미숙한 점이 분명히 있었다. 나 또한 올 시즌 많은 경험을 했다.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한 다음에 내년에는 더 좋은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두산은 오는 19일 정규시즌 4위팀과 4위팀 홈구장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최대 2경기가 치러지는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가 1승을 안고 시리즈에 임하는 시스템이다. 4위는 1승 또는 1무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5위는 무조건 2경기를 모두 승리해야 준플레이오프 참가권이 주어진다.
2015년부터 시작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팀이 4위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없다. 2016년 LG(4위)-KIA(5위), 2021년 두산(4위)-키움(5위)전에서 5위팀의 1차전 승리로 2차전이 성사됐지만 이변 없이 4위팀이 준플레이오프로 향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곽빈, 2차전 브랜든 와델의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후반기 들어 가장 감이 좋은 두 투수를 앞세워 사상 첫 5위팀의 업셋을 이룰지 주목된다. 아울러 이 감독을 향한 야유가 환호로 바뀔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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