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서 누의 공과라는 황당한 실수가 나왔다. 가장 중요한 1차전을 내줬지만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여유만만이다. 7년 연속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른 팀답게 당황하지 않았다.
휴스턴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4선승제) 1차전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 0-2로 패하며 기선 제압을 당했다.
선발투수 저스틴 벌랜더가 6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 호투를 했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아 패전 멍에를 썼다. 텍사스 선발 조던 몽고메리의 호투에 막혀 휴스턴 강타선이 침묵했다. 중심타자 요르단 알바레스가 3연타석 삼진 포함 4타수 무안타로 힘을 쓰지 못했다.
8회가 가장 아쉬웠다. 선두타자 호세 알투베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알렉스 브레그먼이 좌중간 담장 앞까지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워낙 깊은 타구라 장타가 예상됐지만 텍사스 신인 좌익수 에반 카터가 펜스 앞에서 그림 같은 슈퍼 캐치에 성공했다.
타구 속도 103.2마일(166.1km)로 안타 확률 65%였는데 뜬공 아웃이 됐다. 장타라고 생각한 1루 주자 알투베가 2루를 밟고 3루를 노렸지만 타구가 잡히자 급하게 1루로 돌아갔다. 텍사스가 중계 플레이를 했지만 알투베가 1루에 먼저 들어왔다.
그런데 텍사스 측에서 알투베의 2루 베이스 터치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알투베가 2루를 밟지 않고 1루로 돌아간 게 확인됐다. 누의 공과로 알투베가 아웃 처리되면서 무사 1루 상황이 순식간에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찬물을 제대로 끼얹은 실수였고, 휴스턴은 이후 4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97경기째를 치른 베테랑 알투베의 치명적인 실수.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알투베는 “타구가 카터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잡을 줄 몰랐다. 훌륭한 플레이였다. 1루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렇게 됐다”면서 상대의 호수비를 치켜세웠다.
휴스턴은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어차피 질 거라면 시리즈 중간에 지는 것보다 1차전에서 지는 게 낫다”며 “내일(17일) 2차전 텍사스 선발 네이선 이볼디도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이지만 우리도 프람버 발데스란 강한 투수가 있다”고 반격을 자신했다.
아쉽게 패전투수가된 벌랜더도 “우리는 작년 월드시리즈에서도 1차전을 졌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휴스턴은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1차전을 졌지만 4승2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휴스턴은 2017년부터 최근 7년 연속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역대 최초 기록으로 지속 가능한 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지구 우승팀들이 디비전시리즈에서 조기 탈락이 쏟아지고 있는데 휴스턴은 예외다. 2017·2022년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큰 경기에 강하다. 황당 실수 속에 1차전을 내줬지만 당황하지 않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