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고 첫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낸 이승엽 감독. 그러나 가을 축제에 초대된 기쁨보다 더 높은 곳에서 가을을 시작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 컸다.
두산 베어스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15차전을 앞두고 있다.
두산은 시즌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아직도 순위를 결정짓지 못했다.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은 확정된 상황이지만 3위 NC에 1경기, 4위 SSG에 0.5경기 차 뒤진 5위에서 준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2차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남은 2경기 상대는 4위 SSG. 16일 잠실과 17일 인천에서 가을야구의 출발점이 결정되는 운명의 2연전을 치른다.
두산이 3위를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산이 2승 또는 1승 1무를 하고 NC가 2패를 하면 된다. 두산 2승에 NC 1무 1패여도 두산이 극적으로 3위를 확정한다. 그러나 SSG 2연전에서 1번이라도 지게 된다면 2년 만에 가을야구 출발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해야 한다. 그것도 4위에 무조건 2승을 거둬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5위로 말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오늘이 마지막 희망이다. 지면 5위 확정이다. 1경기 지면 찬스가 사라지기 때문에 조금 부담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3년 총액 18억 원에 두산 지휘봉을 잡고 어느덧 142경기를 치렀다. 작년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팀을 맡아 분위기를 빠르게 쇄신한 뒤 2년 만에 포스트시즌 복귀라는 1차 목표를 이뤘다. 지도자 경험 없이 사령탑을 맡아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컸지만 국민타자답게 지도자로서도 능력을 발휘하며 10개 구단 중 5위 안에 들었다.
그러나 국민타자는 자책했다. 이 감독은 “142경기를 되돌아보면 아쉬운 순간이 더 많았다. 감독 1년차라서 많이 미숙했다”라며 “내가 부족해서 지금 이 순위에 있는 것이다. 더 똘똘하게 팀을 이끌었다면 더 높은 곳에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많은 경험을 한 시즌이었다”라고 결산했다.
두산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가장 현실적인 가을야구 시작점이지만 16일과 17일 경기를 모두 따내면 최대 3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KBO 포스트시즌 시스템에서 4, 5위와 3위는 천지차이다.
이 감독은 “그 동안 큰 경기를 많이 해온 두산 선수들이다. 두산 하면 미라클이 아닌가. 주눅 들지 않고 긴장하지 않고 본인들의 플레이를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경기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한편 두산은 SSG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맞아 김태근(우익수)-정수빈(중견수)-호세 로하스(지명타자)-양의지(포수)-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박준영(유격수)-허경민(3루수)-조수행(좌익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라울 알칸타라.
4번타자 김재환은 오른손 부상으로 이날 포함 2경기 출전이 어려울 전망이다. 포스트시즌에 돌입해도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이 감독은 “김재환은 현재 타격 연습을 못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출전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일단 지속적으로 치료는 하고 있다”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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