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양대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 4개팀 중 정규시즌 지구 우승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유일하다. LA 다저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미네소타 트윈스, 밀워키 브루어스 등 나머지 5개 지구 우승팀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특히 100승 이상 거둔 다저스(100승), 애틀랜타(104승), 볼티모어(101승)의 조기 탈락은 충격적이다. 다저스와 볼티모어는 디비전시리즈에서 3연패로 스윕을 당했고, 애틀랜타도 1승3패로 별로 힘을 쓰지 못했다. 원래 의외성이 큰 야구이지만 지난해부터 이변이 쏟아지면서 새로운 포스트시즌 제도를 두고 말이 많다.
지난해부터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12개로 확대되면서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단판 승부에서 3전2승제로 늘었고, 정규시즌 우승팀들이 디비전시리즈까지 대기하는 시간도 5일로 길어졌다. 상위 시드 팀들이 5일이나 쉬면서 경기 감각 회복에 애먹는 사이 와일드카드에서 기세를 탄 하위 시드 팀들에 업셋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이제 2년밖에 안 됐다.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상위 시드 팀들이 이기지 못한 데에는 5일 휴식 외에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며 당장 포스트시즌 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올해 지구 우승팀 중 유일하게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라온 휴스턴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ALCS 1차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화두로 떠오른 포스트시즌 제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베이커 감독은 “휴식 기간보다 시즌 마지막 날까지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다저스, 애틀랜타를 보면 이미 2주 전부터 사실상 휴식기였다. (우승 확정 후 남은) 경기를 하고, 이기기도 했지만 정신적으로 거의 3주에서 한 달 정도 쉰 것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 다저스는 지난달 17일 지구 우승 확정 후 마지막 15경기를 치렀다. 애틀랜타는 그보다 3일 더 빨리 지구 우승을 결정하며 시즌 마지막 3주가량을 큰 긴장감 없이 치렀다. 여기에 디비전시리즈 시작 전까지 5일 휴식이 더해져 3주가 넘는 긴 실질적인 휴식기가 선수들의 루틴을 깨고, 경기 감각 회복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다저스의 경우 구단 역대 최다 111승을 거둔 지난해에도 잔여 21경기를 남겨놓고 일찌감치 지구 우승을 차지했으나 디비전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1승3패로 업셋을 당했다. 2년 연속 100승 이상 거두고 90승 미만 팀들에 디비전시리즈에서 무너졌다.
반면 올해 휴스턴은 시즌 마지막 날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와 1위 경쟁 끝에 어렵게 우승을 확정했다. 막판까지 최고조의 긴장감을 유지한 상태로 포스트시즌에 넘어왔고, 경기력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이런 포스트시즌 제도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 베이커 감독은 “모르겠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내게 의견을 묻지도 않고, 투표권도 없다”며 자신에겐 힘이 없다고 답했다.
다저스, 애틀랜타와 달리 휴스턴은 2017년부터 최근 7년 연속 ALCS 진출에 성공했다. 역대 최장 기록. 2019년까지 불법 사인 훔치기 논란이 있었지만 2020년 이후에도 가을야구 강자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에 이어 지난해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사인 훔치기에만 의존한 우승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휴스턴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는 “정규시즌은 이제 의미가 없다. 플레이오프는 다른 게임이고, 다른 세계의 야구라고 생각한다. 로스터에 있는 모든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162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은 매번 그렇게 할 수 없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시즌 때와 전혀 다른 무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