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살아있는 레전드 정우람(38)이 아시아 단일리그 최초로 통산 1003경기 등판 투수가 됐다. 일본프로야구 이와세 히토키(49)가 가진 1002경기를 넘어섰다.
정우람은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와의 홈경기에 7-2로 앞선 8회 구원등판, 1이닝을 삼자범퇴 요리했다. 배영빈을 3루 땅볼, 안권수와 김민석을 연이어 2루 땅볼 유도하며 7개의 공으로 간단하게 정리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이 이닝을 마치자마자 덕아웃 앞에서 정우람을 맞이했다.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며 포옹을 나눴고, 후배 선수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홈 관중들도 정우람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등판으로 정우람은 개인 통산 1003경기째 출장 기록을 세웠다.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다 407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대표 마무리투수 이와세의 1002경기를 넘어 아시아 단일리그 최다 투수 출장 기록이었다.
이와세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2015년을 제외하고 19시즌 동안 1002경기를 등판했다. 2018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 일본에서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인데 KBO리그에서 정우람이 넘어섰다. 참고로 대만에선 가오젠산의 636경기가 최다 등판 기록.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제시 오로스코가 역대 가장 많은 1252경기에 나섰다.
지난 2일 대전 NC전에서 KBO리그 투수 최초로 1000경기 출장 대기록을 세운 뒤 뜨거운 눈물을 훔친 정우람은 이후에도 3경기를 추가 등판하면서 아시아 최다 등판 투수로 우뚝 섰다. 지난 1982년 출범해 올해로 42년째가 된 KBO리그는 1936년부터 88년째를 보내고 있는 일본프로야구보다 46년을 늦게 시작했다.
프로야구 역사가 한참 뒤지지만 일본에서도 나오지 않은 1003경기 투수가 한국에서 나왔다. 그 주인공 정우람도 경기 후 “1000경기 못지않게 내게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이다. 우리보다 긴 역사를 가진 리그의 기록을 넘긴 것은 부상 없이 꾸준히 활약해온 징표라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전날(14일) 경기 전 1000경기 출장 기념식 때 후배 선수들이 깜짝 선물로 준비한 반지를 받고 기뻐한 정우람은 이날도 “후배들이 집중력 있게 점수를 뽑아준 덕분에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또 후배들이 좋은 수비로 타구를 처리해준 덕분에 한 이닝을 마치고 내려올 수 있었다”며 “우리 팀 모든 선수들과 제게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K(현 SSG)에 지명돼 프로에 첫발을 내딛은 정우람은 그해 4월21일 문학 한화전 첫 등판을 시작으로 18시즌을 롱런하며 1003경기 위업을 쌓았다. 2008년 역대 한 시즌 최다 85경기 포함 50경기 이상 등판이 16시즌이나 될 만큼 꾸준했다.
통산 977이닝을 던지며 64승47패197세이브145홀드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937개를 기록 중이다. 역대 세이브 6위, 홀드 4위로 두 개 부문 모두 10위 안에 든 유일한 투수다. 12시즌 연속 50경기 등판(2008~2021년, 역대 2호),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2012~2021년, 역대 3호) 위업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