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꼴찌 한화’가 아니다. 4년 만에 탈꼴찌에 성공한 한화로선 나름 의미가 있는 감격의 날이었다. 빗속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보살 팬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화는 지난 14일 대전 롯데전에서 8-0 완승을 거뒀다. 최근 6연패 탈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한화이지만 이날 승리가 갖는 의미는 아주 남달랐다. 남은 2경기에 관계없이 이날 승리로 한화는 4년 만에 마침내 탈꼴찌를 확정했다.
이날로 한화가 57승79패6무(승률 .419)가 되면서 그 전날(13일) 문학 SSG전 패배로 58승83패3무(승률 .411)로 시즌을 먼저 끝마친 키움의 최종 순위가 10위로 확정됐다. 한화가 남은 2경기를 다 져도 키움에 앞선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이어진 10위 꼴찌의 늪에서 벗어나며 최소 9위 자리를 확보한 것이다.
2008년부터 최근 16년간 포스트시즌 딱 한 번(2018년)으로 기나긴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한화이지만 최근 3년만큼 이토록 어둡고 고통스런 기간은 없었다. 2020년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 18연패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고, 2021~2022년까지 3년 연속 10위로 견디기 힘든 인내의 시간이 이어졌다.
올해도 10위를 하면 4년 연속 꼴찌 불명예를 쓸 위기였다. 지난 2001~2004년 롯데가 4년 연속 꼴찌를 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8개 구단 체제였다.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로 4년 연속 10위 팀은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한화가 최악의 불명예를 쓸 수도 있었지만 가까스로 모면했다.
시즌 마지막 2경기를 남겨놓은 시점까지 안심할 수 없을 정도로 올 한 해도 한화는 기복이 심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 8연승을 질주하면서 중위권 도약을 꿈꿨지만 후반기에는 전력의 한계를 실감했다. 아직 팀 뎁스가 완성되지 않았고, 경기력이 들쑥날쑥했다. 그 와중에 문동주와 노시환이 투타 기둥으로 자리매김한 한화는 김서현, 문현빈, 황준서 등 어린 유망주들을 두루 확보하며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바닥을 치는 암흑기에도 한결같은 성원을 보내준 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탈꼴찌였다. 이날 롯데전에서도 4회초 시작 전인 오후 5시46분부터 6시47분까지 51분간 우천으로 중단됐다. 경기 중후반에도 거센 비가 내리면서 궂은 날씨가 이어졌지만 총 9153명의 관중들이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쓴 채 ‘최강한화’를 외치며 열렬히 응원했다.
올해 한화는 대전 홈 71경기에서 총 관중 54만4945명을 모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 7675명. 리그 전체 9위이지만 전년(4975명) 대비 54.3%의 뚜렷한 관중 증가율을 보였다. 바로 옆 신구장 공사로 인해 주차 공간이 협소한 환경 속에서도 ‘보살’ 팬들의 발걸음이 시즌 내내 끊이지 않았다. 탈꼴찌를 확정한 날 빗속 응원에서 팬심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한화 선수단과 구단 전체가 뼛속 깊이 감사하고,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이었다. 경기 후 최원호 한화 감독도 “갑작스런 비로 기온이 많이 떨어졌는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우리 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팬 여러분의 응원에 우리 선수들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