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부진했을 때 저보다 가족이 더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겨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한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잘했으면 좋겠다는 가족의 바람 덕분에 한 시즌을 잘 버틸 수 있었다".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이 KBO리그 최초 400세이브 시대를 열었다. 올 시즌 기대 이하의 모습에 '한물갔다'는 평가는 물론 은퇴설까지 나돌았다. 이대로 무너질 오승환이 아니었다. 후반기 들어 안정감을 되찾으며 차곡차곡 팀 승리를 지켰고 14일 SSG와의 홈 최종전에서 1⅓이닝 무실점으로 개인 통산 400번째 세이브를 달성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400세이브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고 싶다"고 했던 오승환은 홈 최종전에서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에 "모든 게 제 탓이다. 제가 시즌 초반부터 정상 궤도에서 그 자리를 지켰으면 어려움이 없었을 거고 팀 성적도 더 좋았을 텐데 그건 전적으로 제 탓이다. 저도 이런 시즌을 치르면서 좀 더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숱한 역경을 극복하고 보란 듯이 다시 설 수 있었던 건 가족의 힘 덕분이다. 오승환은 "제가 부진했을 때 저보다 가족이 더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겨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한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잘했으면 좋겠다는 가족의 바람 덕분에 한 시즌을 잘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어 그는 "우리 부모님과 장인어른, 장모님께 감사드린다. 가장 고마운 건 아내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마음고생을 정말 많이 했을 거다. 다들 야구장에 와서 재미있게 경기를 관람하는데 즐기지 못하는 1명 아닐까 싶다. 저보다 더 떨리고 조마조마했을 걸 잘 알기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승환은 또 "올해 초 수술을 받으신 어머니께서 매 경기를 챙겨보신다. 어머니께 힘이 되고 싶은데 지금 잘 이겨내고 계시고 저도 어머니를 보면서 힘을 낸다. 어머니께서도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난 4월에 태어난 아들 서준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아들이 제가 야구선수라는 걸 알 때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유니폼을 입고 뛰는) 영상을 많이 남겨놔야 할 것 같다. 제 몸이 허락할 때까지 삼성의 1승을 위해 매일 뛰고 싶다". 오승환의 말이다.
자신을 롤모델로 삼은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오승환은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꾸준함이라는 게 경기 결과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결과는 어떻게 할 수 없다. 훈련량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꾸준하게 해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내구성을 다졌으면 좋겠다. 내구성을 다지고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자연스레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오승환에게 개인적인 목표는 무의미하다. 그는 "올 시즌 한 경기 남았는데 몇 년째 팬들께 거짓 약속을 한 것 같다. 팀이 많이 이기고 내년에는 정규 시즌 종료 현수막 말고 정규 시즌 1위 현수막을 들고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