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였지만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LG 트윈스 좌완 유망주 손주영(25)이 한 번의 등판에서 한국시리즈 엔트리 입성 기회를 얻었다.
손주영은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2021년 8월 29일 키움전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이후 772일 만에 승리 투수의 감격을 맛봤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좌완 기대주 손주영이었다. 2018년 현역 입대를 하면서 군 복무를 마쳤고 2021년 복귀했다. 2022년에는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며 기대를 모았고 4월6일 고척 키움전 6이닝 1실점 역투에 최고 149km의 강속구를 던지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4월 말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으면서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올해 9월 돌아왔고 롯데전 승리로 복귀를 알렸다. 이날 손주영은 패스트볼(55구) 슬라이더(16구) 커브(10구) 포크(3개)를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찍었다. 패스트볼 구위도 돌아왔고 또 각도 큰 커브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팬들도 놀랐고 모두가 놀랐다. 그러나 가장 놀란 사람은 염경엽 감독이다. 염 감독은 달라진 손주영이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다. 염 감독은 “김경태 코치, 김광삼 코치와 함께 폼도 교정하고 기본기를 다졌더니 훨씬 좋아졌다”라며 “커브도 좋았고 볼끝도 좋았다”라면서 손주영에 대해 평가했다.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을 2024년 선발 자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김윤식 이상영 이지강 강효종 등과 함께 선발 경쟁을 시킬 복안이었다. 선발진에 포함된다면 열흘 로테이션으로 한 시즌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롯데전 호투가 염경엽 감독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당장 한국시리즈 엔트리 구상까지 흔들었다. 그는 “사실 (손주영의) 한국시리즈 엔트리는 아예 생각도 안했다. 그런데 그날(롯데전) 경기 보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라면서 “자체 청백전에서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은 LG는 현재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면서 또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하면서 한국시리즈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 일단 정규시즌이 마무리 되면 3일 가량 휴식을 취하고 곧장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한국시리즈 대비 합숙에 돌입한다. 합숙 기간 자체 청백전을 통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컨디션도 끌어올릴 예정이다. 그리고 새 얼굴들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합류 여부를 타진할 예정이다. 손주영이 여기에 해당한다. 손주영은 한국시리즈 엔트리 합류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아담 플럿코의 한국시리즈 합류가 사실상 물건너 간 상황에서 케이시 켈리와 임찬규 최원태 김윤식 이정용으로 한국시리즈 선발진을 꾸릴 전망이다. 투수 엔트리 전체적으로 봐도 좌완 투수 숫자가 적다.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 중인 함덕주가 한국시리즈에 맞춰서 복귀를 준비하고 있지만 혹시 모를 변수도 생각해야 한다.
당초 염경엽 감독은 투수 엔트리를 13명으로 구상했다. 그런데 완전히 달라져서 복귀한 손주영의 등장으로 엔트리 포함 투수 인원도 조정될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이 들어오게 되면 14명으로 투수 엔트리를 꾸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주영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손에 쥐었다. 손주영의 롯데전 투구내용이 염경엽 감독에게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