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를 하고 싶었는데...".
KIA 타이거즈 우완 필승맨 전상현(27)이 마무리급 위력을 과시하며 역전 5강을 향해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전반기 보다 확연히 강해진 구위로 이닝을 삭제하거나 위기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마무리 정해영의 앞에서 상항을 정리하는 8회의 남자로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응급상황도 잘 처리했다. 지난 1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8회 등판을 준비하고 있는데 7회초 갑작스럽게 등판했다. 최지민이 롯데 전준우의 강습타구에 왼발등을 맞아 병원으로 실려가는 긴급 상황이 벌어졌다. 마운드에 올라와 볼 몇개를 뿌리더니 곧바로 아웃카운트 2개를 삭제하고 이닝을 마쳤다.
8회 1사후 연속안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다. 벤치의 지시로 3안타를 때린 안권수를 자동볼넷으로 내보내 만루가 되었다. 싸움닭 기질이 강한터라 자존심이 구겨졌다. 다시 집중해 대타 이정훈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한동희는 2루 땅볼로 유도하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의 볼의 위력을 느끼게 만든 장면이었다.
확실힌 후반기에 강해졌다. 전반기는 3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했다. 그러나 후반기는 29경기에서 ERA 1.50에 불과하다. 피안타율이 2할4푼8리에서 2할2푼으로 낮아졌다. 특히 9월 이후에는 ERA 1.04로 더짜다. 최근 10경기로 좁히면12⅓이닝에서 1자책점만 기록 ERA 0.78에 불과하다. 등판은 곧 승리라는 공식을 만들며 5강 추격의 동력이 되고 있다.
전상현은 "(안권수를) 자동 볼넷을 내보냈는데 난 승부를 좋아해서 아쉬웠다. (이기기 위한) 감독님의 결정이니 따랐고 무조건 막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며 "서재응 코치님이 자신감 많이 심어주었다.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을 받아 웨이트를 중점적으로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호투의 비결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만족은 하지 않았다. "결과는 좋은데 예전 2019년과 2020년 좋을 때에 비하면 아직은 만족할만한 구위와 구속은 아니다. 평균구속은 그때와 비슷한데 최고 구속은 떨어졌다. 나는 150km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그래서 구위(볼끝의 힘)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상현은 2020년 최고의 구위를 과시하며 필승맨과 마무리로 뛰었다. 그때가 그리운 것이다.
투구 패턴의 변화도 비결로 꼽았다. 슬라이더 비율을 높인 것이었다. "투구 패턴도 바뀌었는데 변화구(슬라이더) 비율이 좀 높아졌다. 상대팀들이 직구 위주로 공략을 해와서 나도 변화를 주었다. 변화구 비율을 높인 것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불펜투수들이 힘들지만 끝까지 해보자고 말하고 있다. 남은 3경기 모두 등판할 수 있다"며 역전 5강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