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거함’ LA 다저스를 무너뜨렸다. 그것도 3연승으로 간단하게 제압하며 16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애리조나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3차전에서 다저스를 4-2로 꺾었다.
3회 헤랄드 페르도모, 케텔 마르테, 크리스티안 워커, 가브리엘 모레노의 솔로 홈런 4방이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초의 한 이닝 4홈런 기록. 선발로 나선 신인 브랜든 팟이 4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불펜까지 효과적으로 이어던지며 투타에서 다저스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이로써 애리조나는 1차전 11-2, 2차전 4-2 승리에 이어 3경기 만에 다저스를 탈락시켰다. 정규시즌 성적은 애리조나(84승78패)가 다저스(100승62패)보다 무려 16승이나 뒤졌지만 가을야구에서 이를 뒤집었다. ‘MLB.com’에 따르면 포스트시즌 역사상 6번째로 큰 승차를 딛고 이뤄낸 업셋이다. 3연승 스윕으로 업셋한 팀 중에선 가장 큰 격차를 극복, 역사에 손꼽힐 만한 완벽에 가까운 이변을 일으켰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 애리조나는 크게 감격했다. 켄 켄드릭 애리조나 구단주는 “우리에게 정말 행복한 일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젊은 선수들이 큰 성과를 냈다”며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다저스를 ‘900파운드짜리 고릴라’라고 불렀다. 다저스는 늘 우리에게 그런 존재였고, 그만한 자격이 있다. 드디어 고릴라를 잠시나마 잠들게 했다”고 기뻐했다.
미국에선 ‘800파운드 고릴라’라는 표현이 있는데 시장을 장악하는 강력한 기업을 뜻한다. 켄드릭 구단주는 다저스를 두고 100파운드 더해 900파운드 고릴라라고 표현했다. 지난 2013년부터 최근 11년간 NL 서부지구 우승을 10번 차지한 다저스는 시장을 독점한 거대 기업과 같았다. 같은 NL 서부지구로 다저스의 높은 벽에 오래 가려있던 애리조나는 드디어 설움을 풀었다.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감독은 “지금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모든 선수들이 올바른 방식으로 서로를 배려한 덕분이다. 다저스는 1년 내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팀이었다. 그런 팀을 상대로 이겼다. 우리가 이날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를 매우 존경한다. 정말 좋은 팀이고, 수준이 높은 팀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팀을 이겼다는 사실에 기분이 조금 더 좋아진다”며 다저스를 꺾은 것에 큰 의미를 뒀다.
애리조나 선수들은 경기 후 체이스필드 우측 외야에 있는 풀장에 단체로 뛰어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2013년 다저스가 체이스필드에서 지구 우승을 확정한 뒤 허락 없이 풀장에 난입해 우승 파티를 하자 애리조나가 불쾌감을 표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다저스를 꺾고 애리조나 선수들이 풀장에서 축하 파티를 펼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