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하위팀에 패하는 업셋을 당했다. 포스트시즌 최초로 한 이닝 4홈런을 허용하면서 역대급 참사로 무너졌다.
다저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2-4로 패했다.
1차전 2-11, 2차전 2-4 패배에 이어 3차전까지 리드 한 번 못 잡고 지면서 시리즈 전적 3전 전패로 스윕을 당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다저스(100승62패)가 애리조나(84승78패)보다 16승이나 더 많을 정도로 월등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이로써 다저스는 2021년 NLCS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2승4패, 지난해 NLDS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1승3패로 패한데 이어 3년 연속 정규시즌 100승 이상 거두고도 90승 미만 팀들에게 업셋을 당했다. 지난해부터 포스트시즌 6연패 수렁.
반면 다저스를 격침시킨 애리조나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커쇼·밀러 이어 린마저 붕괴, 선발 ERA 25.07 참사
다저스는 1~2차전에서 모두 선발투수들이 일찍 무너지며 경기를 내줬다. 1차전에서 믿었던 클레이튼 커쇼가 ⅓이닝 6피안타 1볼넷 6실점으로 믿기지 않는 난조를 보였다. 원래 가을야구에 약한 커쇼이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진 적은 없었다. 2차전에선 신인 파이어볼러 바비 밀러마저 제구 난조로 1⅔이닝 4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 조기 강판됐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다저스는 베테랑 랜스 린을 3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린은 커쇼, 밀러와 달리 2회까지 실점 없이 막았다. 1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한 뒤 2회 2사 1,2루 위기에서 에반 롱고리아를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잡고 실점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3회에만 홈런 4방을 얻어맞고 순식간에 넉다운됐다.
선두 헤랄로 페르도모에게 우중월 솔로포를 맞고 선취점을 내준 린은 1사 후 케텔 마르테에게도 우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이어 2사 후에는 크리스티안 워커에게 또 좌월 솔로포를 맞더니 가브리엘 모레노에게 좌월 솔로포로 백투백 홈런까지 허용했다. 한 이닝 홈런 4개는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 기록으로 린이 불명예를 썼다.
포심 패스트볼, 커터, 슬라이더 등 모든 공이 애리조나 타자들의 타이밍에 제대로 걸렸다. 특히 모레노는 린의 4구째 한가운데 몰린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측 파울 홈런을 만들었다. 최초 판정은 홈런이었지만 비디오 판독에서 폴을 살짝 벗어난 게 확인됐다. 파울로 번복됐지만 바로 다음 공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겼다.
정규시즌 때도 양대리그 통틀어 가장 많은 44개의 홈런을 맞은 린은 가을야구에서도 ‘홈런 공장장’으로 전락했다. 다저스 투수가 포스트시즌에서 피홈런 4개를 기록한 것은 2017년 NLDS 1차전 클레이튼 커쇼 이후 두 번째. 당시 커쇼는 애리조나에 홈런 4개를 맞았지만 6⅓이닝 4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날 린은 3연패 조기 탈락 참사의 중심에 섰다.
다저스는 이번 NLDS 3경기에서 선발투수 3명이 총 4⅔이닝 13실점으로 무너졌다. 평균자책점 25.07. 어느 누구도 3이닝을 채우지 못하며 줄줄이 조기 강판됐다. 메릴 켈리(6⅓이닝 무실점), 잭 갤런(5⅓이닝 2실점), 브랜든 팟(4⅓이닝 무실점) 3명의 선발투수가 16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13을 합작한 애리조나에 싸움이 되지 않았다.
타순 변경도 통하지 않았다, 타선도 3G 6득점 무기력
1~2차전에서 각각 2득점으로 타선마저 침묵한 다저스는 3차전에서 타순 변경으로 변화를 꾀했다. 첫 가을야구에서 너무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제임스 아웃맨을 빼고 키케 에르난데스가 선발 중견수로 들어가면서 J.D. 마르티네스가 3번 타순으로 올라왔다. 1~2차전에서 부진한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은 1~2번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날도 2득점을 내는 데 그치며 이번 시리즈 3경기에서 총 6득점으로 끝났다.
애리조나 신인 선발 팟에게 막혔다. 1~2회 연속 삼자범퇴로 물러난 다저스는 3회 선두타자 에르난데스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날 경기 첫 출루였지만 데이비드 페랄타가 2루 병살타를 치면서 공격 흐름이 끊겼다.
4회에도 삼자범퇴로 끝난 다저스는 5회 윌 스미스가 2루타를 터뜨리며 1사 2루 득점권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애리조나는 4⅓이닝 무실점 중이던 선발 팟을 내리는 강수를 뒀다. 바뀐 투수 조 맨티플리 상대로 크리스 테일러가 헛스윙 삼진, 에르난데스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기회를 날렸다.
7회 2사 후 길었던 침묵을 깼다. 맥스 먼시와 스미스의 연속 안타로 만든 1,2루에서 테일러가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첫 득점을 낸 다저스는 에른나데스의 좌중간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그러나 계속된 1,2루에서 대타 오스틴 반스가 3루 땅볼로 물러나 2점을 따라붙는 데 만족했다.
8회에는 선두 콜튼 웡이 볼넷으로 걸어나갔지만 베츠와 프리먼이 연속 삼진, 마르티네스가 중견수 뜬공으로 힘을 못 썼다. 9회에도 1사 후 스미스가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홈에 불러들이지 못했다. 테일러의 큼지막한 타구가 중앙 펜스 앞에서 잡힌 게 아쉬웠다. 비거리 407피트(124.1m)로 30개 구장 중 22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였다.
1~3번 베츠, 프리먼, 마르티네스가 나란히 4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이번 NLDS에서 베츠는 11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 프리먼은 10타수 1안타 2볼넷 2삼진으로 꽁꽁 묶였다. 도합 21타수 1안타 타율 4푼8리로 MVP 후보들답지 않은 최악의 가을야구를 했다.
칼같은 투수 교체, 리드 한 번 내주지 않은 애리조나
애리조나 선발 팟은 4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최고 94.6마일(152.2km), 평균 93.7마일(150.8km) 포심 패스트볼(21개) 외에도 체인지업(11개), 스위퍼(5개), 커브(3개), 싱커(2개)를 구사했다. 낮게, 몸쪽으로 잘 제구되는 공들로 내야 땅볼 6개를 유도했고,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쓰며 삼진도 2개 잡아냈다.
하지만 5회 1사 후 스미스에게 2루타를 허용하자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팟을 교체했다. 투구수가 42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칼같은 교체로 다저스의 추격 흐름을 끊었다. 다음 투수 조 맨티플리가 삼진, 뜬공으로 이닝을 정리하면서 로불로 감독의 빠른 투수 교체가 적중했다.
이어 6회 2사까지 4타자 연속 아웃을 잡은 맨티플리를 내리고 라이언 톰슨을 투입하며 이닝을 짧게 끊어갔다. 7회 2점을 내주며 계속된 2사 1,2루에선 신인 좌완 앤드류 살프랭크를 투입했다. 살프랭크가 대타 반스를 3루 땅볼 처리하며 또 한 번 투수 교체가 성공했다.
선발 팟에 이어 맨티플리(1⅓이닝 무실점), 톰슨(1이닝 2실점), 살프랭크(⅓이닝 무실점), 케빈 진켈(1이닝 무실점), 폴 시월드(1이닝 무실점)로 이어진 5명의 불펜이 4⅔이닝 2실점을 합작하며 다저스의 추격 흐름을 차단했다. 시월드가 세이브를 올렸다.
타선에선 마르테가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토마스가 4타수 2안타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애리조나는 이번 NLDS 3경기에서 무려 11개의 홈런을 폭발하며 다저스 마운드를 그야말로 폭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