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스 하퍼가 연타석 홈런을 폭발한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2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놓았다.
필라델피아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10-2로 완파했다.
하퍼가 3회 결승 스리런포, 5회 쐐기 솔로포로 연타석 홈런으 터뜨리며 4타점을 올린 가운데 홈런 6방을 휘몰아친 필라델피아가 애틀랜타를 압도했다. 팀 홈런 6개는 포스트시즌 역대 한 경기 최다 타이 기록으로 종전에는 2015년 NLDS 3차전에서 시카고 컵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상대로 기록한 바 있다.
이로써 필라델피아는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다시 한 걸음 앞서나가며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반면 정규시즌 104승58패로 최고 승률(.642)을 거둔 애틀랜타는 1승2패 벼랑 끝에 몰리며 업셋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필라델피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하퍼의 존재감이 경기를 지배했다. 애틀랜타가 3회초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의 2루타와 아지 알비스의 적시타로 1점을 선취했지만 필라델피아가 1회말 6득점 빅이닝으로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닉 카스테야노스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1-1 균형을 맞춘 필라델피아는 브랜든 마쉬와 트레이 터너의 안타로 2사 1,3루 찬스를 이어갔다. 여기서 하퍼의 한 방이 터졌다. 애틀랜타 선발 브라이스 엘더의 4구째 한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외야 관중석 2층까지 날아간 비거리 408피트(124.4m) 스리런 홈런. 경기 분위기를 필라델피아 쪽으로 가져온 결정적 한 방이었다.
하퍼는 홈런을 치고 난 뒤 2루를 돌면서 애틀랜타 유격수 올랜도 아르시아를 노려봤다. 이유가 있었다. 하퍼는 지난 10일 2차전에서 끝내기 주루사를 당했다. 9회 1사 1루에서 닉 카스테야노스의 중견수 펜스 앞까지 날아간 큼지막한 타구를 애틀랜타 중견수 마이클 해리스 2세가 점프 캐치한 뒤 1루로 송구했고, 무리하게 2루를 지나 3루로 뛰던 하퍼가 귀루에 실패하며 경기가 5-4 애틀랜타 승리로 끝났다.
이날 경기 후 취재진을 통해 애틀랜타 클럽하우스에서 아르시아가 “하하, 아타보이(Atta-boy) 하퍼”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아타보이란 남에자에게 ‘잘했다’는 의미로 상대 승리를 도와준 하퍼를 향한 조롱이었다. 이에 하퍼가 결정적 홈런을 터뜨린 뒤 아르시아를 노려보며 앙갚음한 것이다.
하퍼의 홈런 이후 계속된 3회 공격에서 필라델피아는 알렉 봄의 안타, 브라이슨 스탓의 볼넷으로 엘더를 강판시켰다. 이어 J.T. 리얼무토가 바뀐 투수 마이클 톤킨에게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6-1로 달아난 필라델피아는 5회 1점을 더했다. 이번에도 하퍼였다. 좌완 브래드 핸드의 3구째 몸쪽 스위퍼를 퍼올려 중앙 담장을 넘겼다. 쐐기 솔로포로 연타석 홈런. 비거리가 414피트(126.2m)에 달했다.
필라델피아의 홈런 폭죽은 멈추지 않았다. 6회 트레이 터너의 좌중월 솔로 홈런에 이어 8회 카스테야노스와 마쉬의 백투백 솔로 홈런이 폭발했다. 하퍼와 카스테야노스가 멀티포를 가동하는 등 홈런 6방이 터졌다. 하퍼가 2안타 4타점, 카스테야노스가 2안타 2타점, 마쉬가 3안타 1타점, 터너가 2안타 1타점으로 고르게 활약했다. 하퍼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5경기 타율 3할5푼3리(17타수 6안타) 3홈런 5타점 OPS 1.382로 폭발 중이다.
마운드에선 필라델피아 선발 애런 놀라의 호투가 빛났다. 5⅔이닝 6피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애틀랜타 강타선을 제압했다. 3회 선취점을 내줬지만 화끈한 타선 지원에 힘입어 6회 2사까지 던졌다.
총 투구수 92개로 최고 95.3마일(153.4km), 평균 93.5마일(150.5km) 포심 패스트볼(28개)을 비롯해 너클 커브(30개), 싱커(21개), 체인지업(10개), 커터(3개)를 구사했다. 결정구로 낙차 큰 커브와 하이 패스트볼 조합으로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로써 놀라는 지난 5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 7이닝 3피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승리에 이어 이번 가을야구에서 2경기 연속 승리를 따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데뷔와 함께 2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되며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보인 바 있는데 올해도 2연승으로 필라델피아 돌풍을 이끌고 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7경기 4승2패 평균자책점 3.76.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놀라에겐 자신의 주가를 높이는 가을 무대가 되고 있다.
반면 정규시즌 최다 104승을 거둔 애틀랜타는 와일드카드를 거쳐 올라온 필라델피아에 업셋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1차전 패배 후 2차전 역전승으로 1승1패 균형을 맞췄지만 3차전을 무기력하게 내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2차전에 이어 이날 3차전도 선발 싸움에서 밀렸다. 선발 엘더가 2⅔이닝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지며 필라델피아의 화력을 견뎌내지 못했다. 불펜도 추가 4실점하며 추격할 힘을 잃고 말았다.
정규시즌 때 극강의 공격력을 자랑한 타선도 결정력 부재에 시달렸다. 아쿠냐, 알비스, 오스틴 라일리, 마르셀 오수나 등 4명의 선수들이 2안타 멀티히트를 치며 10안타를 합작했지만 2득점에 머물렀다. 장타는 아쿠냐의 2루타 하나뿐이었고, 잔루 11개로 타선의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