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주전 리드오프를 맡아 커리어하이를 쓴 김하성(28·샌디에이고). 그러나 그가 데뷔 시즌부터 지금과 같은 존재감을 뽐낸 건 아니었다. 거듭된 부진으로 인해 후배들의 메이저리그 진출길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던 시절이 있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였던 김하성은 2020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22억 원)에 계약했다. 개인 통산 891경기 타율 2할9푼4리 133홈런 575타점 134도루 606득점의 기록을 인정받으며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미국 진출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계약 당시 ‘왜 하필 샌디에이고를 택했나’라는 의문이 든 게 사실이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슈퍼스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비롯해 매니 마차도, 신인왕 투표 2위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내야진이 견고한 팀이었다. 김하성은 데뷔 시즌 예상대로 백업을 전전하며 117경기 타율 2할2리 8홈런 34타점의 아쉬움을 남겼다.
1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김하성은 취재진에 “첫해 안 좋은 성적을 냈다. 포스팅으로 미국에 진출할 때 어린 나이였고 금액도 많이 받았는데 좋은 성적이 안 나서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게 사실이다”라고 마음 고생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김하성은 지난해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골절 및 금지약물 복용에 따른 징계로 이탈하며 마침내 메이저리그 풀타임 기회를 얻었다. 첫해 수비력 하나만큼은 미국 현지서 인정을 받은 그는 타격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며 150경기 타율 2할5푼1리 11홈런 59타점 12도루 OPS .708를 남겼다.
김하성은 3년차 시즌에 찾아온 위기 또한 기회로 바꿨다. 스토브리그서 주 포지션인 유격수에 슈퍼스타 잰더 보가츠가 가세했지만 2루수로 이동해 팀 내 없어서는 안 될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올해 샌디에이고의 주전 리드오프를 맡아 152경기 타율 2할6푼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의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것. 아시아 최초 20홈런-40도루에 도전했을 정도로 기세가 드높았다.
김하성은 이제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위치가 됐다. 지난 2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빅리그에서 성공 신화를 썼기 때문이다.
김하성이 가장 신경을 쓰고 그 누구보다 성공을 기원하는 선수는 히어로즈 후배 이정후다. 김하성은 “이정후에게는 조언할 게 딱히 없다. 워낙 완성형에 가까운 타자다. 직접 본인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메이저리그 투수들 공을 많이 보고 적응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라며 “이정후가 직접 조언을 구한다면 내가 느낀 걸 충분히 말해줄 것이다. 쉬운 곳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 잘하라고 해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것 같은 이정후의 강점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하성은 “이정후는 타격도 수비도 주루도 다 된다. 그런 부분이 강점이다. 충분히 외국선수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후배들의 앞길을 걱정했던 2년 전과 달리 이제는 후배들이 김하성의 덕을 보게 됐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무대서 한국 선수의 위상을 드높인 장본인이다.
김하성은 “아직 부족하지만 나도 결국에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선배들의 덕을 봤다. 그 선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라며 “이정후도 나한테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웃으며 여유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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