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롯데 팬들 사랑합니다"…1년 동안 깊어진 정, 떠나는 안권수의 홈 고별전은 눈물바다 [오!쎈 부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0.11 22: 36

롯데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올 시즌 홈 최종전에서 14-3 대승을 거뒀다. 선발 박세웅이 6이닝 3실점, 김민석의 롯데 구단 최초 고졸 신인 100안타 기록 등이 나오면서 홈 최종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9940명의 홈 팸들 앞에서 승리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날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두산에서 방출된 이후 올해 롯데에서 1년을 함께 보낸 재일교포 외야수 안권수(30)의 홈 고별전이었기 때문. 
재일교포 3세 안권수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며 일본 명문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독립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할아버지의 고국에서 야구를 하기 위해 2019년 트라이아웃에 참가했고 2020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지명을 받고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롯데 자이언츠 안권수가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팬들에게 눈물의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0.11 / foto0307@osen.co.kr

롯데 자이언츠 안권수가 3회말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에 잡히자 아쉬워하고 있다. 2023.10.11 / foto0307@osen.co.kr

그러나 재일교포 안권수에게는 병역법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었다. 한국에서 프로 선수 등 영리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군 문제를 이행해야 했다.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고 두산은 지난해 안권수를 방출했다.
그러나 롯데의 생각은 달랐다. 롯데의 계산대로라면 안권수에게 1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롯데는 안권수에게 마지막 1년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고 일본으로 돌아가서 야구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미지수였던 안권수는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롯데에서 1년을 더 불태워보기로 했다.
안권수는 4월 롯데의 질주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활력소였다. 4월 한 달 동안 22경기 타율 3할1푼8리(85타수 27안타) 2홈런 12타점 10득점 OPS .815의 성적으로 공격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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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안권수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2023.10.11 / foto0307@osen.co.kr
안권수는 "스프링캠프 때 선수들의 실력들을 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부상 선수도 많았고 저 역시도 부상이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예비 명단에도 뽑히기도 했다. 만약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게 되면 한국 국적을 선택하면서 병역법 제약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었다.
그러나 4월의 달콤함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팔꿈치 뼛조각 이슈로 통증이 생겼고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결국 시즌 중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전열을 이탈했다. 안권수의 부상과 함께 롯데는 동력을 잃었고 결국 추락을 거듭한 끝에 가을야구가 무산됐다. 
안권수는 “스프링캠프 때 선수들의 실력들을 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부상 선수도 많았고 저 역시도 부상이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많다"라며 홈 고별전을 앞둔 소회를 전했다. 
롯데 자이언츠 안권수가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손성빈, 김민석, 윤동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11 / foto0307@osen.co.kr
롯데 자이언츠 안권수가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김민석과 눈물 짓고 있다. 2023.10.11 / foto0307@osen.co.kr
신인 외야수 김민석은 “친구 같은 선배였다. 제가 외야수로 전향한 지 1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많이 부족한 가운데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신 선배였다”라며 “외야에서 코치님 시그널보다 권수 선배님이 먼저 잡아주신 것도 많았다. 제가 여유 없이 코치님의 시그널을 못 볼 때에도 ‘여유있게 해라’라며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또 방망이가 안 맞을 때 옆에서 문제점도 알려주시고 밥도 많이 사주셨다. 정말 친구같은 선배였다”라며 안권수의 존재에 대해 설명했다.
아직은 실감이 안나는 듯 했다. 그는 “아마 어제가 숙소에서 함께 자는 마지막 밤이었을 것 같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권수 선배님 방에 들어가보면 짐을 조금씩 챙기고 계셔서 조금 실감이 났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3년을 함께한 두산 선수들도 안권수에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 두산에서 막역하게 지냈던 외야수 정수빈(33)은 안권수와 함께했던 지난 3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한국에 너무 빠르게 적응했다. 원체 성격이 서글서글하게 좋아서 선수들 모두와 친하게 지냈다. 우리도 재밌게 야구했다. 팀 분위기를 워낙 밝게 만들었고 선후배들과 너무 잘 지냈다. 정이 많이 들었다"라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덕아웃에서 많이 시끄러운 편이었다. 제2의 인생도 응원하고 싶다"라고 웃었다.
이날 롯데 구단은 안권수의 홈 고별전을 앞두고 석별의 정을 나눌 작은 행사들을 진행했다.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안권수의 3회 3번째 타석에 들어설 때 롯데는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라고 적힌 배너 광고로 안권수를 향한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관중석에서는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부르면서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하기도 했다. 안권수의 안타가 더해졌다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이날 안권수는 5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중계방송화면 캡처
롯데 자이언츠 김민석이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안권수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 짓고 있다. 2023.10.11 / foto0307@osen.co.kr
안권수는 마이크를 잡고 “한국어를 잘 못합니다”라고 운을 뗀 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롯데 팬들은 안권수의 응원가를 목청껏 불렀다. 결국 시즌 내내 웃기만 했던 안권수는 끝내 눈물을 터뜨리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안권수 역시도 참고 있었던 감정을 터뜨렸다. 결국 안권수는 목이 메인 채 “롯데 팬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홈 최종전의 아쉬움을 서로 풀었다. 아직 광주와 대전 원정경기가 남았지만 홈 최종전, 그리고 안권수의 고별전은 특별한 듯 했다. 김민석 역시도 끝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모두에게 사랑 받았던 안권수의 사직 생활도 눈물과 함께 마무리 됐다.
롯데 자이언츠 안권수가 좌익수 수비 위치로 뛰어 나가고 있다. 2023.10.11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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