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3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후배 이정후(25·키움)의 빅리그 성공을 점쳤다.
KBO리그에서 7시즌을 뛴 이정후는 2023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다. 2017년 넥센 1차 지명된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 65홈런 515타점 69도루 581득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부상으로 인해 86경기 타율 3할1푼8리 6홈런 45타점에 그쳤지만 이미 선수의 실력을 확인한 메이저리그 복수 구단이 이정후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하기도 했다.
1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김하성은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도전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그는 “이정후에게는 조언할 게 딱히 없다. 워낙 완성형에 가까운 타자다. 직접 본인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메이저리그 투수들 공을 많이 보고 적응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라며 “이정후가 조언을 구한다면 내가 느낀 걸 충분히 말해줄 것이다. 쉬운 곳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 잘하라고 해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것 같은 이정후의 강점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하성은 “이정후는 타격도 수비도 주루도 다 된다. 그런 부분이 강점이다. 충분히 외국선수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샌프란시스코 단장의 고척돔 방문으로 내년 시즌 이정후와 같은 지구에서 만날 가능성이 생겼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있다. 김하성은 “그런 건 딱히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정후가 분명 잘하는 곳에 가서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같은 팀에서 뛰고 싶은 마음도 있냐는 질문에는 “한국에서 함께 많이 뛰었기 때문에 이정후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하성은 올해 샌디에이고의 주전 리드오프를 맡아 152경기 타율 2할6푼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로 활약했다. 아시아 최초 20홈런-40도루에 도전했을 정도로 기세가 드높았고, 팀 내 도루 1위, 출루율 2위(.351), 타율 3위, 최다안타(140개), 타점(60개) 4위 등에 올라 마차도, 보가츠, 소토, 타티스 주니어 등 고액 연봉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 복수 언론은 이번 시즌 파드리스의 MVP로 김하성을 꼽았다.
그러나 김하성이 빅리그 첫해인 2021년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건 아니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슈퍼스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비롯해 매니 마차도, 신인왕 투표 2위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내야진이 견고한 팀이었다. 김하성은 데뷔 시즌 예상대로 백업을 전전하며 117경기 타율 2할2리 8홈런 34타점의 아쉬움을 남겼다.
김하성은 “첫해 안 좋은 성적을 냈다. 포스팅으로 나갈 때 어린 나이였고 금액도 많이 받고 갔는데 좋은 성적이 안 나서 앞으로 메이저리그 꿈꾸는 후배들이 악영향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게 사실이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목표를 크게 갖고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라는 꿈을 갖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후배들이 김하성의 덕을 볼 수 있을까. 그는 “아직 부족하지만 나도 결국에는 메이저리거 선배들의 덕을 봤다. 그 선배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이정후도 나한테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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