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실력으로 메이저리그 주전 1번타자 자리를 따낸 소감을 전했다.
메이저리그 3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하성은 11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KBO리그 대표 유격수였던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2020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22억 원)에 계약했다.
계약 당시 ‘왜 하필 샌디에이고를 택했나’라는 의문이 든 게 사실이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슈퍼스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비롯해 매니 마차도, 신인왕 투표 2위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내야진이 견고한 팀이었다. 김하성은 데뷔 시즌 예상대로 백업을 전전하며 117경기 타율 2할2리 8홈런 34타점의 아쉬움을 남겼다.
김하성은 지난해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골절 및 금지약물 복용에 따른 징계로 이탈하며 마침내 메이저리그 풀타임 기회를 얻었다. 첫해부터 뽐낸 메이저리그급 수비력과 함께 150경기 타율 2할5푼1리 11홈런 59타점 12도루 OPS .708을 남기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3년차 시즌도 시작은 물음표였다. 스토브리그서 김하성의 포지션인 유격수에 슈퍼스타 잰더 보가츠가 가세하며 입지가 불안해진 것. 그러나 김하성은 2루수로 이동해 팀 내 없어서는 안 될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김하성은 올해 샌디에이고의 주전 리드오프를 맡아 152경기 타율 2할6푼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로 맹활약했다. 아시아 최초 20홈런-40도루에 도전했을 정도로 기세가 드높았고, 팀 내 도루 1위, 출루율 2위(.351), 타율 3위, 최다안타(140개), 타점(60개) 4위 등에 올라 마차도, 보가츠, 소토, 타티스 주니어 등 고액 연봉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 복수 언론은 이번 시즌 파드리스의 MVP로 김하성을 꼽았다.
다만 김하성의 고군분투에도 샌디에이고는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강자 LA 다저스의 대항마로 꼽혔으나 3위(82승 80패)로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다음은 김하성과의 일문일답이다.
-메이저리그 3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시즌이었다.
-그래도 발전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항상 시즌 전 목표가 작년보다 성장하고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거였는데 작년보다 좋은 성적 얻은 것 같아서 괜찮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지막에 좋지 못한 경기력이 나와서 아쉽다.
-후배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두고 있다. 조언을 한다면
이정후에게는 조언할 게 딱히 없다. 워낙 완성형에 가까운 타자다. 직접 본인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메이저리그 투수들 공을 많이 보고 적응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
-이정후에게 연락이 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딱히 생각은 안 해봤는데 내가 느낀 걸 충분히 말해줄 것이다. 쉬운 곳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 잘하라고 해줄 것 같다.
-고척에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와서 이정후 경기를 봤다. 같은 지구 맞대결 성사 가능성도 있는데
그런 건 딱히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정후가 분명 잘하는 곳에 가서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
-같은 팀에서 뛰고 싶은 마음도 있나
한국에서 많이 뛰었기 때문에 이정후가 알아서 해야할 일이다. 그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올 시즌 장타력 발전 요인을 꼽자면
비시즌 때 최원제, 정기훈 코치님과 많은 훈련량을 가져가면서 어려가지 폼 교정이 있었다. 장타를 치는 것에 포커스를 뒀는데 반은 성공인 것 같고 반은 보완해야 할 점이다. 이번 비시즌에는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써야할 것 같다. 내년이 중요한 시기라서 잘 준비해야 한다.
-20-40을 아쉽게 놓쳤다
분명 아쉽게 생각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있어야 더 큰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 딱히 신경쓰지 않고 내년을 더 좋은 목표로 집중하도록 하겠다.
-골드글러브 수상에 대한 욕심은
욕심 안 나면 거짓말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는데 기대는 하고 있다.
-한때 이정후에게 ‘나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첫해 안 좋은 성적을 냈다. 포스팅으로 나갈 때 어린 나이였고 금액도 많이 받고 갔는데 좋은 성적이 안 나서 앞으로 메이저리그 꿈꾸는 후배들이 악영향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게 사실이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목표를 크게 갖고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라는 꿈을 갖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김하성의 덕을 볼 수 있다고 보나
아직 부족하지만 나도 결국에는 메이저리거 선배들의 덕을 봤다. 그 선배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이정후도 나한테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샌디에이고 현지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요인을 꼽자면
팬들이 너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환호해주시고 이름 불러주시는 게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이 크다. 너무 감사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허슬플레이를 많이 하는 선수로 팬들에게 각인이 됐다. 그런 부분이 팬들이 좋아해주시는 이유라고 본다.
-올해 도루에 대한 목표도 세웠었나
도루는 확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조건 뛰는 것보다 확률이 중요하다. 확률이 좋았는지 안 좋았는지 모르겠는데 내년에는 더 좋은 확률로 더 많은 도루를 하고 싶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경쟁력을 꼽자면
이정후는 타격도 수비도 주루도 다 된다. 그런 부분이 강점이다. 충분히 외국선수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8월 25일 이후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체력 문제 외에 다른 요인이 있었나
일단 체력이 첫 번째였다. 작년보다 많은 포지션을 돌아다녔다. 도루도 더 많이 했다. 후반기 체력이 떨어졌다. 이런 부분도 잘 보완해서 잘해야 한다.
-후배들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하이라이트만 조금 봤다. 금메달을 따서 너무 축하한다. 나도 아시안게임 가서 금메달 땄지만 후배들이 부담감을 잘 이겨내줬다. WBC 때 안 좋은 성적을 냈는데 그 다음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준 후배들에게 고맙다. 나도 한국 야구를 많이 알려야하는 의무가 있지만 후배들도 책임감을 갖고 잘 뛰었다.
-향후 국내 일정은
조금 쉬고 준비해둔 스케줄이 있어서 그거에 맞춰서 몸 만들고 훈련할 생각이다.
-내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한국에서 열린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잠깐 인터뷰할 때 말했지만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경기하는 게 최초라서 큰 의미가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이 와서 봤으면 좋겠다.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 당연히 한국 팬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하는 경기에 나갈 수 있어서 큰 영광이다.
-팀 내 선수들과 한국 개막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게 있나
엄청나게 말이 많다. 선수들이 원하는 걸 최대한 들어주려고 한다.
-끝으로 국내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올 한 시즌도 큰 사랑과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그런 사랑과 응원 덕분에 해외에서 더 열심히 뛰고 노력했다. 내년에도 더 큰 즐거움과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 다해서 잘 준비해서 만나뵙도록 하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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